레바논 국경 ‘터널 네트워크’
헤즈볼라 반격에 이용할 땐
전쟁 장기화될 가능성 커
이, 바이든 휴전 제안 무시
미 국제적 역할 한계 드러나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지상 작전을 시작하면서 중동의 긴장 수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스라엘이 전선 확장을 본격화하면서 가자지구 전쟁 1년 만에 새로운 전선이 열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제거,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 공습 등 고강도 폭격에 이은 ‘다음 단계’로 시행됐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태세를 취하면서 확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뒷마당인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건 훨씬 위험한 지상 작전”이라며 “이스라엘의 공격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규모가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지상 작전) 범위와 지역이 매우 제한적인 국지적 습격”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대규모 지상 침공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레바논 남부지역의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소식통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국경을 넘어 일부 “산발적 습격”을 감행했지만 레바논 영토에 머물진 않았다고 CNN에 전했다. 이스라엘이 아직 본격적인 침공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도 이날 지상 충돌이 없었다며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진입을 부인하는 성명을 냈는데, 이는 동요하는 레바논 내 지지세력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야코므 아미드로 미국유대인국가안보연구소(JINSA) 연구원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상대로 벌인 것과 같은 규모의 작전을 시도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헤즈볼라를 레바논의 리타니강 북쪽으로 밀어내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헤즈볼라는 2006년 이후 레바논 국경 인접 마을을 요새화한 데다, 지하에 터널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입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이란은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나스랄라 사망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던 이란은 전날 “추가 병력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며 레바논 파병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란은 내부적으로 온건파와 강경파가 논쟁을 벌이며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폭격 수준의 공격부터 이란 대리세력의 중동 미군기지 공격까지 다양한 전망을 한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하는 한편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란에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을 거듭 강조한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를 계기로 휴전에 공들여온 미국 역할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도 커진다.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앞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의 3주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나스랄라를 폭사시키겠다는 계획도 미리 알리지 않았다. CNN은 이스라엘의 이런 방식이 미국을 적극적 참여자가 아니라 구경꾼으로 보이게 만들고,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