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본토 겨냥 재공습
네타냐후 “이란, 대가 치를 것”
국제사회 판단 엇갈려…EU, 공동성명 못 내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대거 발사하는 ‘보복 공격’을 1일(현지시간) 단행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을 주축으로 한 반이스라엘 연대 ‘저항의 축’을 연거푸 때리자 대응 수위를 저울질해오던 이란이 결국 군사 행동에 나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이 실패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천명해 중동지역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점령지(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중요한 군사·안보 목표물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폭격당한 것에 대응해 지난 4월 이스라엘 본토를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 등으로 공습한 지 약 6개월 만에 이뤄진 공격이다.
이스라엘군은 오후 7시30분쯤 미사일 발사 사실이 포착되자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 사이렌을 울리고 방공호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다. 공습은 약 30분간 지속됐으며, 대피령은 약 1시간 만에 해제됐다.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은 이착륙이 일시 중단됐고, 요르단·이라크 등 인접국도 영공을 폐쇄했다. 이란도 2일 오전 10시까지 자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취소 조치했다. 다만 이란의 미사일은 이스라엘 방공망에 대부분 격추돼 대규모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이 지난 7월 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 지난달 27일 레바논에서 폭사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 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며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이란의 작전에 반응하면 더 압도적인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은 총 200기에 달하며, 이란의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3개 군사기지와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 본부가 표적이 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미사일 약 180기를 발사했으며, 이스라엘 방공망이 미사일을 대부분 격추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안보회의에서 “이란이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재보복’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공격은 격퇴됐고,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며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공약은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브리핑에서 “이란에 의한 중대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이번 공격을 규정한 뒤 “(이란에) 엄중한 결과가 따를 것이고, 이스라엘과 이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란의 공격이 ‘실패’했다고 선언했으나, 이번 공격 규모와 수위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처음 타격했던 지난 4월과는 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이란은 4월 첫 공격 당시엔 네게브 사막의 군사기지 등을 겨냥했으나, 이번에는 텔아비브 외곽의 모사드 본부 등 인구밀집 지역도 표적이 됐다. 이런 점 때문에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번 공격을 이란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국제사회는 중동 사태 악화의 책임을 둘러싸고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특히 유럽연합(EU)은 견해차로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우방국으로 꼽히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은 이란을 향해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EU 공동성명 채택은 체코의 반대로 무산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이란의 공격 감행 책임을 미국의 ‘중동 정책 실패’ 탓으로 돌렸다. 중동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관련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를 3일 오후에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