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인내 유지해온 지도부, 보복 수위 놓고 며칠간 격론
온건파 대통령 페제시키안 패싱설…내부 분열 심화 가능성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보복 공격’을 단행하기까지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이 “이란이 강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미사일 공격이 유일한 행동 방침”이라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사진)를 직접 설득한 후 이날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자 3명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은 이란 주도 ‘저항의 축’ 핵심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흐름을 바꾸거나, 최소한 공격을 늦추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억지력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또 이스라엘이 이란으로 관심을 돌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테헤란 하메네이 자택에서 긴급회의가 열렸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당시 강경파인 사이드 잘릴리 전 외교차관 등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측은 이란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려는 이스라엘의 ‘덫’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NYT는 며칠간 격렬한 토론 끝에 결국 강경파와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이 이겼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지상 작전까지 단행하자 이란 지도부도 강경파의 뜻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전략적 인내’를 강조해온 온건 지도부도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혁명수비대 작전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의 사망 등에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이 ‘오판’이라 결론지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30일 “(이란 국민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이란 정권과 국민의 틈을 벌리려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보복 결정을 더 가속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 과정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사실상 배제됐다는 ‘패싱설’도 나온다. 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칼럼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공격에 대해 통보받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이란 정부의 분열을 나타낸 이번 작전은 아마도 내부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