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 남단지대)에 사는 알리마(20)는 5명의 아이가 있다. 그는 “어떤 날에는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먹일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선 약 100만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의 위기에 처해 있다. 또 해마다 20만명의 어린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식량가격 폭등으로 전세계 1억5300만명이 빈곤선 아래로 전락했으며 아동 40만명이 삶이 위험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16일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식량가격 상승과 불안정성이 저개발국 아동의 영양과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보고서 ‘값비싼 대가(A High Price to Pay)’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아동 발달지체의 90% 이상이 집중돼 있는 36개 국가 중 무려 33개 국가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영양실조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식량가격 급등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7월 UN 식량농업기구의 식량가격지수가 6% 상승하는 등 식량가격 불안정성이 지속되자 이들 36개 국가 중 하나인 말라위와 모잠비크에서는 옥수수 가격이 각각 174%, 129%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캄보디아의 도시 빈민지역에서는 5세 이하 아동의 발달지체 비율이 식량가격상승에 따라 10%에서 16%로 증가했다. 니제르에서는 수수가격이 상승한 5주간 급성영양실조로 급식센터에 등록한 아동의 수가 증가했다. 2009년 방글라데시에서 쌀 가격이 94% 상승했을 때에는 발달지체 비율이 도시 거주 아동의 경우 13.5%에서 21%로, 지방 거주 아동의 경우 17%에서 26%로 각각 증가했다.
이들 취약 국가에서는 가구당 수입의 평균 30%를 식료품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최빈곤층에서는 이 비율이 훨씬 높았다. 보고서는 “식량가격 상승은 빈곤 가구로 하여금 식량 구입을 위해 농사를 짓는 가축이나 농기구 등 생산 자산을 팔고 대출을 받게 함으로써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잠재적으로 빈곤의 덫에 갇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난한 나라 취약계층을 위협하는 식량가격 급등은 세계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곡물 소비량 증대 외에도 기후 변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운송비용 상승, 식량 수출국의 식량안보 강화, 국제 금융자본의 투기, 낮은 재고율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주요 20개국(G20)에 참여하는 정부들이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농산물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축한 농업시장정보시스템(AMIS) 정책을 식량 생산자들이 준수하도록 하며, 기본 식료품에 대한 수출 제한이나 금지 등을 철폐하고 개발도상국의 사회적 보호 프로그램 정착을 돕기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