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딜레마

홍인표 전 경향신문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2016년 1월6일. 북한이 단행한 제4차 핵실험으로 중국이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북한이 사전에 핵실험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수소탄을 쏘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 한때 특수한 혈맹 관계였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동참 요구를 받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추진하는 강도 높은 대북 제재안이 실효를 거두려면 중국이 적극 동참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국제사회 판단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이 쓰고 있는 석유의 99%가 중국에서 오고 있다. 중국이 당장 석유 공급을 끊으면 북한의 숨통을 단번에 끊을 수 있다.

중국은 왜 머뭇거리고 있나.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바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가장 상상하기 힘든 국면이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대량의 난민이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넘어서 중국 동북지방으로 몰려들 것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결국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상황이다.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미국이나 한국의 요구에 대해 중국은 왜 우리가 앞장서야 하느냐는 속내를 갖고 있다.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 책임론에는 발끈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미온적인 대북 제재를 했기 때문에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 때문이라고 본다. 1992년 한중 수교를 계기로 체제 위협을 느낀 북한이 미국과의 수교협상 카드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국측 입장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미대화를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결국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북한과의 대화를 외면했고, 그래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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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을 흔드는 만큼 속이 상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 역학구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만 하더라도 중국의 반대를 의식해서 그동안 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북핵 위협을 근거로 사드 배치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북핵 실험 이후 발빠르게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있던 B-52 전략 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한 것을 비롯해 항공모함, 핵잠수함,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전략 무기를 잇따라 보낼 계획이다. 일본은 북핵 실험 이후 자위대가 대규모 훈련을 시작했다. 북핵을 빌미로 일본은 핵무장까지 노릴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긴장 고조가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번에도 소극적으로 대북 체제에 동참할 것이다. 지난 1, 2, 3차 북한 핵실험 때 그랬듯이 말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도 내용을 엄밀히 따져서 북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선이라면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

그러면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중국이 보기에 크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어긋난다. 두 번째 선택은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이라는 당근을 주면서 핵포기를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이 말하는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은 6자회담이라는 큰 틀에서 북미대화, 남북대화가 이뤄지면서 핵포기와 안전보장및 경제지원을 맞바꾸는 것이다. 제3의 길이 있기는 하다. 북한이 핵포기를 끝까지 거부하면 영변 핵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중국은 대북 제재라는 채찍은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 북한이 폐쇄적인 사회인데다 전체주의 국가여서 설사 국제사회가 추가로 강도 높은 제재를 한다고 해도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이 조금 떨어질 뿐 북한 정권 유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 시간은 사상 첫 여성 총통 당선을 예고하는 대만 총통선거를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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