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모델 전성시대…보그 화보부터 명품 광고까지

이윤정 기자
보그 100주년 기념 5월 화보 주인공인 100세 할머니 ‘보 길버트’ |보그

보그 100주년 기념 5월 화보 주인공인 100세 할머니 ‘보 길버트’ |보그

맞춤 제작한 발렌티노 안경에 랑방 목걸이와 빅토리아 베컴 상의를 걸친 모델이 카메라 앞에 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걸친 그는 여느 모델 못지 않게 당당한 포즈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보통의 패션 모델과 다른 점은 주름진 얼굴과 은백색의 머리카락 뿐이었다.

지난 5일 보그 영국판이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100세 할머니 보 길버트를 5월 화보 모델로 공개했다. 영국 워릭셔주 앨시스터에 사는 길버트는 고령임에도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해 지역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외출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보그 화보에 캐스팅됐다. 보그 측은 “나이가 많아도 대담한 패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연령에 따른 고정관념은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라고 밝혔다.

패션계에서 할머니 모델의 부상이 심상치 않다. 보그와 같은 패션지 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까지 할머니 모델 기용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1월 셀린느가 화보에 실은 작가 조안 디디온. |셀린느

지난해 1월 셀린느가 화보에 실은 작가 조안 디디온. |셀린느

지난해 1월 셀린느는 유명 작가 존 디디온(81)의 얼굴을 화보에 담았다. 버클리 대학 영문과 재학 중 보그 에세이 경연에서 우승한 디디온은 보그 에디터로 일하며 첫 소설을 발표했다. 이후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주목 받으며 2005년 <마술적 사고의 해>로 논픽션 부문 전미 도서상을 받았다.

셀린느는 지난해 봄 시즌 화보에서 디디온의 얼굴 주름까지 자세히 볼 수 있는 큰 사진을 게재했다. 보그 측은 “디디온을 통해 셀린느 브랜드를 착용하는 여성들은 명석하고 창조적이며 신념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72세의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을 담은 생 로랑 2015 봄 화보. |생 로랑

72세의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을 담은 생 로랑 2015 봄 화보. |생 로랑

생 로랑도 같은 시즌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72)의 흑백 사진을 화보에 실었다. 미첼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택에서 생 로랑 브랜드의 가죽 모자를 쓰고 기타를 들었다. 1970년대의 빈지티 느낌을 재현한 화보였다. 생 로랑이 나이 든 여성을 모델로 기용한 것은 미첼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가수 겸 배우 마리안느 페이스 풀(69), 배우 킴 고든(62)과 코트니 러브(51)를 모델로 기용해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94세의 전설적인 스타일 아이콘 아이리스 아펠을 모델로 내세운 케이트 스페이드 광고. |케이트 스페이드

94세의 전설적인 스타일 아이콘 아이리스 아펠을 모델로 내세운 케이트 스페이드 광고. |케이트 스페이드

가방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는 지난 1월 전설적인 스타일 아이콘 아이리스 아펠(94)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선보였다. 아펠은 백악관에 근무하면서 케네디, 레이건 등 미국의 유명 대통령들과 함께 수많은 디자인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전시회와 바니스 뉴욕 백화점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등 미국의 패션과 디자인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온 디자이너다.

카르멘 델오레피스 |위키피디아

카르멘 델오레피스 |위키피디아

이외에도 84세 현역 패션 모델로 활동하는 카르멘 델오레피스, 군살 없는 건강한 몸매를 뽐내는 모델 야스미나 로시(60) 등은 패션계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가디언은 “나이든 여성의 패션 화보는 백발의 여성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50대 이후 패션에 무관심해진 사람도 다시 쇼핑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박수만 칠 수 없다. 가디언은 존 디디온의 샐린느 화보에 대해 “디디온의 얼굴을 실은 셀린느의 숨은 맥락을 봐야 한다”며 “작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기획처럼 보이지만 비싼 제품을 팔기 위한 상술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싼 선글라스와 목걸이를 광고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과거 약자로 여겨지던 노인층이 ‘소비 주체’로 등장한 것도 주요인이다. 지난해 6월 뉴욕타임스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미국 가정이 재정난을 겪었지만 65세 이상 노년층은 안정적 수입을 유지해 ‘알짜배기 중산층’이 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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