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일어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뉴욕 트럼프타워의 로비에 서서 “‘대안우파’를 공격한 ‘대안좌파’는 어떤가. 그들은 죄가 없나”라고 반문했다.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신나치즘 등의 진영을 두둔한 이 발언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일궈낸 ‘미국의 가치’를 위협한다. 트럼프의 시대.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 등 극단적인 차별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언어들도 등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CNN 등이 백인우월주의자 등 주로 극우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소개했다.
▶대안우파(알트라이트·alt-right)
미국판 ‘일베’라 불리며 배타적 백인 민족주의를 강조한다. 대안적 우파(Alternative right)를 줄인 말이다. 주류 보수의 가치를 거부하며 스스로 ‘대안우파’라고 이름 붙였다. 알트라이트의 선봉에 서있는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를 운영해 온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번 샬러츠빌 사태 이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배넌은 전 세계를 혼란과 분노로 몰아넣은 반이민 행정명령을 사실상 주도하기도 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반발하며 고등교육은 엘리트만 받아야 하고, 일반 시민은 직업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안 좌파(알트레프트·alt-left)
대안 좌파라고 부를 만한 극단적 좌파 단체는 없지만 ‘대안 우파’에 맞대응하기 위해 생겨난 말이다. 극우매체 및 논객들이 과격한 반트럼프 시위대, 안티파시스트를 가리킬 때 자주 쓴다.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의 분석가 마크 미트커베이지가 이 단어는 ‘허상’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전문가들은 ‘대안 좌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트커베이지는 “자기가 싫어하는 뉴스는 전부 ‘가짜뉴스’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좌파’ 전부를 지칭하기 위해 지어냈다”고 설명한다.
▶안티파(Antifa)
알트라이트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 안티파시스트(anti-fascist)의 줄인 말로 1920년대 유럽의 안티파시즘 운동에서 착안해 생겨났다. 알트라이트(alt-right)처럼 극단적 논리를 내세우며 과격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무력 충돌을 목표로 삼거나, 대안우파에 동조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의 ‘신상 털기’에 나서기도 한다. 1980년대 비슷한 움직임이 일었다가 사그라들었으나 대안 우파의 부상으로 다시 활성화됐다.
▶알트라이트(alt-light)
대안 우파에 영향을 받았지만 인종차별·반유대주의와는 거리를 둔 성향의 집단을 뜻한다. 알트라이트(alt-right) 진영에서 자신들의 극단적인 성향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을 ‘겁쟁이’라고 조롱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두 그룹간 큰 차이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유대인 문제 등에 대해선 ‘alt-right’와 ‘alt-light’가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커크(Cuck)
아내가 바람 난 남편(cuckold)이라는 뜻이다. 대안 우파가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이나 공격 대상의 남성을 모욕하기 위한 말로 쓴다. 전통 우파는 ‘순진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단어 자체에 여성비하적인 의미가 함축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SJW(social justice warrior)
사회적 정의의 전사(social justice warrior)는 우파나 신나치즘 성향의 단체에서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이다. 페미니즘과 반인종차별주의, 성소수자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신념보다 개인의 명성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치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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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제노사이드(White Genocide)
‘다른 인종과의 결혼과 이민자로 인해 백인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믿음을 단어로 만든 것이다. 극우주의자들이 반이민정책을 주장하는데 배경이 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레이건 정부 인사였던 밥 휘태커가 주장하면서 떠오른 개념이다. 그는 “인종주의에 대한 반발은 백인에 대한 반대”이라며 막말을 하기도 했다.
▶선거후스트레스장애(PESD·Post-Election Stress Disorder)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빗댈 정도로 트럼프 정부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
켈리언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 2월 트럼프 취임 직후 “트럼프 취임식 관람객이 역대 가장 많았다”고 말한 션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을 옹호하면서 사용된 단어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취임식 참석 인원에 대한 공식 집계는 없지만 워싱턴 전철 승객 수나 항공사진만 봐도 트럼프 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사회자가 거짓말이 아니냐고 지적하자 콘웨이는 “대변인은 대안적 사실을 제공한 것”이라고 답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즉시 대안적 사실이라는 말의 뜻과 이런 신조어가 생겨난 이유를 설명하는 항목이 생겨났다. 미국의 권위 있는 사전 메리엄 웹스터는 웹페이지에 “사실은 실제로 존재하거나 객관적 현실로 여겨지는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