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중도 퇴조, 극우·녹색 약진

정원식 기자
유럽의회 선거 종료 다음날인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기자실 대형 스크린에 선거 결과 예측 그래픽이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의회 선거 종료 다음날인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기자실 대형 스크린에 선거 결과 예측 그래픽이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의회 선거에서 예상대로 기존 주류인 중도의 과반이 무너지고 극우가 약진했다. 녹색은 예측을 넘어서며 약진했다.

23~26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개표 결과 유럽의회 주류인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의 과반이 무너지고 극우 정당과 녹색당이 약진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BBC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유럽의회가 27일(현지시간) 오전 2시 기준으로 잠정 집계한 결과를 보면,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EPP) 그룹이 179석, 유럽사회당(S&D) 그룹이 150석을 차지해 도합 329석으로 과반(376석)에 못 미치는 43.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회 선거가 시작된 1979년 이래 두 그룹의 합계가 과반에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도파 중에서 친시장 성향이 더 강한 유럽자유민주(ALDE) 그룹은 의석을 현재의 68석에서 107석으로 늘려 유럽의회 내 3당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가디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전진하는공화국(LREM)이 참여하기로 하면서 ALDE 의석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극우 정당은 약진했다. 유럽 민족·자유(ENF)와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의 유럽(EFDD)은 각기 58석과 56석을 얻어 두 그룹의 합계 점유율을 현재의 10.4%에서 15.2%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반유럽통합 성향 그룹인 유럽보수개혁(ECR)과 유럽 통합좌파/노르딕 녹색좌파 그룹(GUE/NGL)을 합치면 유럽회의주의 진영의 의석은 전체의 4분의 1에 가까운 23%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나이절 패러지의 브렉시트당이 31.6%로 최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집권 보수당은 9.1%의 득표율로 5위로 밀려날 전망이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당은 28석(38%)으로 최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도 LREM 주도의 자유주의 선거연대를 제치고 22석을 차지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스페인 총선에서 10.3%를 득표했던 스페인 복스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6.2%를 얻는 데 그칠 전망이다.

녹색당 그룹(Greens/EFA)은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녹색당 그룹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5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잠정 개표 결과 70석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4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녹색당은 22%를 얻어 메르켈의 기독민주연합(CDU)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BBC에 따르면 독일 30세 이하 유권자의 약 3분의 1이 녹색당에 투표했다. 영향력 있는 유튜버 90명은 기후 변화를 심각하게 여기는 정당에 투표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프랑스 녹색당(EELV)은 13.2%를 득표했고 아일랜드 녹색당은 15%를 얻었다. 포르투갈에서는 인간동물자연(PAN)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회에 진출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51%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투표율이 50%를 넘어섰다.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첫 선거인 1979년 61.8%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였다. 2014년 유럽의회 선거는 42.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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