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 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호도는 변화가 없는 반면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선호도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의 우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2016년 대선 때처럼 여론조사에서 침묵하는 ‘샤이 트럼프’가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ABC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28~29(현지시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전당대회(24~27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31%를 기록했다. 이는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21~22일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의 32%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오히려 4%포인트 하락했다. 통상 전당대회 직후 지지층 결집 등으로 호감도가 높아지는 ‘전대효과’(conventional bounce)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미미했던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호감도가 5%포인트 상승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46%를 기록했다. 민주당 전대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5%포인트 상승했고,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의 호감도는 7%포인트나 상승했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의원의 경우 상승세가 더 극적이다. 해리스 의원에 대한 호감도는 지난 11일 지명 당시 35%에서 전당대회 직후 43%로 껑충 뛰어올랐다.
트럼프가 지난 대선 때 만큼 전대효과를 누리지 못한 데는 코로나19 부실 대응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매체인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전당대회에서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는 메시지 전파에 주력했지만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63%를 기록, 지난 7월 중순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유권자들의 성향이 양극화되면서 전대효과가 예전만 못하고, 코로나19 우려 때문에 가상 형식으로 치러지면서 전반적으로 전당대회에 대한 영향력이 낮아졌다고 미국 언론 복스는 분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실제 대선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2016년 대선 때 보여준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대선 결과의 차이를 들면서 유권자들이 더이상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퓨리서치센터가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전 대통령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8%포인트 앞서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실제 대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46~51%의 지지율로 바이든 전 대통령을 이길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가 이길수 없다는 통념이 잘못된 것”이라는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의 분석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숨은 표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달 실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이웃들이 바이든보다 트럼프에게 더 많이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그 반대보다 5%포인트 더 많았다.
반(反)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든과 비교할 때 트럼프를 향한 (지지 유권자들의) 열정이 핵심 지역들에서 정상보다 높다”면서 이변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했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