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할례를 불법화시키는 데 앞장섰던 ‘이집트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자’인 작가 나왈 사아다위가 지병으로 카이로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이집션투데이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90세.
사아다위는 이집트 사회의 관습에 따라 6살 때 할례를 받았다. 여성 할례는 여성 성욕 억제와 혼전 순결 등을 이유로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 국가에서 여서의 성기 일부를 잘라내는 관습을 말한다. 그는 불과 10살 때 가족의 강요로 결혼할 뻔 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가까스로 조혼을 면한 덕에 카이로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후 병원을 개업한 그는 자신처럼 할례를 당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마주했다.
그때부터 그는 아랍 사회 내 할례 관습을 폐지하고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평생을 싸웠다. “글쓰기는 가부장제라는 횡포와 싸울 수 있는 무기”라는 신념을 가진 그는 50여권의 페미니즘 저서를 남겼다. 할례로 고통받는 이집트 소녀들의 삶을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담아 상세히 묘사한 소설 <포인트제로의 여성>, 가정 폭력과 일부다처제를 비판한 <여성과 성>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그의 책은 보수적인 종교·정치 지도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이 때문에 공공보건부 고위 공직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이집트의 보수적인 남성들은 그를 “사납고 위험한 여자”라고 불렀지만, 사아다위는 이렇게 받아쳤다. “저는 진실만을 말합니다. 사납고 위험한 것은 바로 그 진실입니다.” 여성운동을 수차례 주도하다 투옥까지 됐던 그의 투쟁 덕에 2008년 할례 시술을 행한 자에게 최대 징역 2년형을 내리도록 하는 법안이 이집트 의회에서 통과됐다. 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암암리에 할례가 이뤄지자 2016년 할례 시술자에 대한 처벌을 최대 징역 7년형으로 강화하는 법안이 만들어졌고, 사아다위가 사망한 이날 최대 징역 15년형으로 강화되는 법안이 이집트 상원에서 통과됐다.
사아다위는 1979~80년 유엔 중동·아프리카 여성 프로그램의 고문을 지냈다. 그가 1982년 창립한 아랍여성연대는 아직까지도 아랍권 내에서 여성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타임지 ‘올해의 여성 100인’ 중 한명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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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han.kr
이 금지령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오직 여성들 앞에서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시대착오적인 금지령에 분노한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IAmMySong’(나는 나의 노래다) 해시태그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리며 저항했다. https://t.co/drA7mQ5amX
— 플랫 (@flatflat38) March 23,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