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세계의 주택 시장…가격 상승에 버블 우려도

이윤정 기자
들썩이는 세계의 주택 시장…가격 상승에 버블 우려도

전세계 주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집값은 2015년 대비 평균 약 30% 상승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콕 생활이 늘어나며 주택 가치가 올라간 데다,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주택 가격이 급격히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시장 거품이 꺼질 경우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글로벌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ECD 37개 국가의 지난해 3분기 집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주택 판매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 12월 평균 주택가는 전년 동월 대비 12.9% 상승했다.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저금리 정책 뿐만 아니라 재택근무 확대로 교외의 넓은 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 요인이다.

지난해 캐나다 주택담보대출공사는 코로나19로 경기 불황이 시작되면 집값이 18%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였다. 지난달 벤쿠버 단독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7%나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캐나다 정부의 긴급소득 지원, 주택담보대출 상환 연기 결정과 함께 고소득자들은 여전히 높은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어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타격을 입은 유럽에서도 집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올해 초 유럽연합(EU) 평균 집값은 5년 전보다 25%나 올랐다. 유로존 전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평균 1.35%로 낮아진 것이 구매자들의 선택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덴마크 같은 일부 나라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마이너스 이자여서 대출관리비만 지불하면 된다.

네덜란드에서 사업을 하는 테운 크라이지는 최근 1.2%의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암스테르담 근처 해변가에 넓은 집을 구매했다. 크라이지는 “대출을 받지 않고도 살 수 있었지만, 요즘은 금리가 너무 낮아 안 빌리는 게 더 이상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최근 네덜란드 집값은 5년 전보다 40%이상 올랐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시장 열기를 식히기 위해 각종 규제를 내놓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집값은 지난 1년 동안 16% 급등했다. WSJ은 지난해 15% 가까이 집값이 오른 서울에서는 일부 부부들이 저금리 대출을 많이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늦추고 집을 사는 사례가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집값 과열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주택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가 추후 인상될 경우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덜란드 물가는 지난해 7.8%나 올랐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최근 집값 과열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주택시장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2008년보다 채무자들의 신용등급이 높고 투기자보다는 실수요자가 많다는 것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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