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밀레니얼 1700명 설문
한국 65%·프랑스 64% 등
“일자리 불안 커졌다” 응답
집값 급등도 좌절감 키워
“부모 도움 없이는 집 못 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된 청년층의 불안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 중국, 영국, 호주, 노르웨이, 덴마크, 인도, 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35세 이하 청년 1700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를 실시해 “밀레니얼 세대가 더 큰 불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근본 원인은 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위기감이었다.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 힘들어졌고 임금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학비와 물가, 집값은 치솟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일자리 때문에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응답한 청년 비율은 한국 65%, 프랑스 64%, 이탈리아 62% 등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에 시작된 2030세대의 취업난이 해소되기 전에 팬데믹이 일어났고, 청년층의 일자리는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일례로 미국의 만 15~24세 취업률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55%에 달했지만, 금융위기 직후 10%포인트가량 떨어져 40%대에 머물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40% 아래로 추락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는 힘들어졌다. 유로존의 15~24세 절반이 임시계약직이었다. 이들은 정규직이 되기를 희망했지만 실제로 정규직이 되는 사례는 드물었다. 최근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하드리엔은 “지원자 2500명 중에서 겨우 서류전형에 합격했고 이후 심리테스트, 비디오 인터뷰 등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쳐 합격했는데 결국 2년간의 인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점점 더 많은 숙련된 청년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점도 청년층의 좌절감을 키웠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은 “이제 부모 도움 없이는 집을 사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런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아킨 오군들레(34)는 대학 졸업 후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지만, 런던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얻기 위한 평균 보증금 10만파운드(약 1억5400만원)를 저축만으로 모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군들레는 “집을 산 친구들은 모두 부모 도움을 받았다”면서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 없는 자신은 평생 세입자로 살아갈 것 같다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경제학자들도 부모의 부가 자녀의 성공을 결정하는 주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50년에 태어난 세대의 80%가 부모보다 더 부를 쌓을 수 있었지만 1984년에 태어나면 부모보다 돈을 더 벌 확률이 50%로 떨어졌다. 영국 런던의 국가세입연구소(IFS)도 “1980년대생 중 부모의 자산이 낮으면 평생 자산이 5% 증가하는 데 그치지만, 자산 상위 20% 부모를 둔 자녀들의 자산은 29%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IFS의 선임 연구원 데이비드 스터록은 “현재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 그대로 다음 세대로 흘러가 불평등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면서 “이제 대다수 선진국 젊은층의 성공은 부모가 얼마나 부자인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