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콘텐츠에 '18금 딱지' 붙인 헝가리읽음

윤기은 기자

헝가리 의회가 미성년자들이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된 미디어 콘텐츠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인권단체들은 법안이 성소수자 기본권을 침해하며, 이들을 차별 속에 내몰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현지 언론 헝가리투데이는 15일(현지시간) 의회가 찬성 157대 반대 1로 성소수자 관련 콘텐츠를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금지하는 소아성애방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바뀐 법안에 따르면, 18세 미만이 시청할 수 있는 TV 프로그램, 영화, 광고 등 콘텐츠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될 수 없다. 방송국은 성소수자 관련 영상의 시청 연령 제한을 18세 이상으로 둬야 한다. 학교 성교육 수업에도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될 수 없다.

이 법안은 보수파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여당 피데스당이 “소아성애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발의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개정법에 소아성애 관련 내용보다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많으며, 소아성애와 성소수자를 엮는 행위 자체가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을 찍을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항의 의미로 이날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199석 중 피데스 동맹당이 133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끝내 법안이 통과됐다.

인권단체들은 개정된 법안이 사람을 차별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헝가리 성소수자 단체들과 공동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표현의 자유, 인간 존엄, 평등 대우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법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적절한 성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전날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앞에는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시민 5000~1만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앞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 주도로 발의된 성소수자 관련 법안 통과를 반대하기 위해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잇다. 부다페스트|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앞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 주도로 발의된 성소수자 관련 법안 통과를 반대하기 위해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잇다. 부다페스트|로이터연합뉴스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유럽연합(EU)은 헝가리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레나 달리 EU 평등담당 집행위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와 평등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지속하면 헝가리에 자금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가 절반인 헝가리는 성소수자 권리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나라다. 유럽연합(EU)이 진행한 2019년 여론조사에서 ‘동성 성관계는 문제가 없다’는 문항에 시민 5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성소수자는 이성애자와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문항에 4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헝가리에서는 동성 결혼과 동성커플 입양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법 법안이 오르반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펼치는 ‘혐오 정치’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주민을 ‘헝가리 기독교 정체성을 위협하는 존재’, ‘침입자’ 등으로 묘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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