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관광 시대 개막…'버진 갤럭틱' 억만장자, 첫 우주관광 성공

이윤정 기자
11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스페이스십투의 유인 우주선 유니티가 모선 ‘이브’에서 분리돼 우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스페이스십투의 유인 우주선 유니티가 모선 ‘이브’에서 분리돼 우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간 우주관광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11일(현지시간) 자신이 창업한 버진 갤럭틱의 유인 우주선을 타고 우주관광 비행에 성공했다. 버진 갤럭틱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민간인 우주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9일 뒤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의 우주선이 우주로 향하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최초의 민간 우주 비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10년 뒤엔 우주관광 시장 규모가 40억달러(4조594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주관광 시대 개막

이날 당초 예정된 발사시간을 조금 넘긴 오전 8시40분쯤 미국 뉴멕시코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4명의 탑승객과 2명의 조종사를 태운 우주비행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버진 갤럭틱이 개발한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십투’는 모선 비행기인 ‘이브’와 ‘유니티’로 구성됐다. 이브가 동체 아래에 유니티를 매달고 16㎞ 상공에 도달하자 모선에서 유니티가 분리돼 고도 약 90㎞에 도달했다. 모선의 이름 이브는 브랜슨이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따 붙였다.

11일(현지시간) 우주에 도달한 유니티 내부에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맨 앞쪽)을 비롯한 탑승객들이 3~4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우주에 도달한 유니티 내부에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맨 앞쪽)을 비롯한 탑승객들이 3~4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니티가 분리돼 상승한 후 착륙할 때까지 시간은 약 14∼17분. 탑승객들은 그중 약 4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다. 탑승객들은 공중을 떠다니며 12개의 원형 객실 창문을 통해 지구와 우주의 풍경을 하늘에서 감상했다. 유니티는 짧은 우주여행을 마치고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로 귀환했다. 이 모든 과정은 버진 갤럭틱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다. 발사부터 착륙까지 약 1시간이 걸렸다.

우주관광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브랜슨은 주먹을 불끈 쥐며 아내와 자녀, 손주를 껴안았고 관중은 축하의 환호성을 질렀다. 기자회견에서 브랜슨은 “모든 것이 마법 같았다. 아직 우주에 있는 것만 같다”고 했다. 또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17년 동안의 노고가 있었다”면서 성공을 자축하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오는 18일 71세 생일을 맞이하는 브랜슨은 탑승에 앞서 우주 비행사 일지에 서명하고 영국 첩보원 영화 캐릭터 ‘007’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키듯 “더블오 원, 스릴 면허(Astronaut Double-oh one. License to thrill)”라고 썼다.

우주선에는 브랜슨과 함께 버진 갤럭틱 직원인 우주비행 수석강사 베스 모세스, 운영 엔지니어 콜린 베넷, 연구운영 책임자 시리샤 밴들라가 탑승했다. 베넷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에 대해 “고요·평온 그 자체였다”면서 “모든 색과 광경이 저 멀리 펼쳐졌고, 우리가 지구 멀리 와있다는 생각에 넋이 나갔다”고 회상했다. 미세중력 관련 연구를 수행해온 밴들라는 우주에서 식량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연구하기 위해 이번 우주선에 탑승했다. 버진 갤럭틱은 우주 관광 뿐 아니라 미래 식량 계획 등 다양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11일(현지시간) 무사히 우주관광을 마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무사히 우주관광을 마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랜슨 회장은 지난 2004년 버진 갤럭틱을 설립해 과학자와 우주관광객을 위해 우주궤도 아래까지 비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첫 비행 시기는 2009년으로 잡았지만 계획대로 진횅되지 못했다. 2014년 첫 시험비행에선 우주비행선이 산산조각이 나 조종사 한명이 사망하고 한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후 시험 비행은 2016년까지 중단됐다. 버진 갤럭틱은 올해 다시 시험 비행에 나서 지난 5월22일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당시 비행은 유니티의 세 번째 유인 우주비행이었지만, 버진 갤럭틱이 계획하고 있는 우주관광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처음이었다. 11일 비행은 처음으로 탑승 정원을 채우는 기록을 세웠다.

버진 갤럭틱 유인 우주선 비행은 본격적인 우주여행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브랜슨 회장은 이날 경험을 토대로 “모든 사람이 우주 공간을 더 쉽게 이용하게 하기 위해 시험 비행에서 필요한 부분을 점검해 탑승객들에게 색다른 우주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11일(현지시간) 버진 갤럭틱 유인우주선 유니티가 우주에서 찍은 사진.   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버진 갤럭틱 유인우주선 유니티가 우주에서 찍은 사진. AP연합뉴스

■우주비행 경쟁도 본격화

버진 갤럭틱에 이어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과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우주관광에 동참할 예정이다. 블루오리진은 9일 뒤인 20일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스페이스X도 민간 우주비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월은 베이조스와 브랜슨이라는 두 억만장자가 우주 관광을 시작하는 흥분의 달”이라면서 “9월엔 스페이스X가 처음으로 민간인들을 우주로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선인 90㎞ 상공까지 비행했지만 국제항공우주연맹(FAI)이 인정하는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100㎞의 ‘카르만 라인’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이번 비행은 고도 80㎞를 우주의 경계로 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기준에 따른 비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블루오리진은 첫 비행에서 카르만 라인 넘어까지 비행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도 최초의 민간 우주 비행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우주여행 상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억만장자들이 주도하는 우주 개발 경쟁으로 우주관광 시대가 점점더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우주항공산업 분석가인 마일즈 월튼은 2030년까지 우주관광 산업이 40억달러 시장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동참하기에는 아직까지는 가격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2014년 당시 버진 갤럭틱은 우주 비행을 위해 25만달러(약 2억8700만원) 예치금을 받았다. 분석가들은 이 가격이 내년엔 최고 40만달러(약 4억9450만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항공우주 컨설팅 회사 브라이스 스페이스 앤 테크놀로지 설립자 카리사 크리스텐슨은 ‘집 한 채 가격을 내고 우주여행을 할 만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라는 뉴욕타임스 질문에 “지금 가격으로도 연간 수백 명의 승객이 티켓 구매 의사를 밝히고 있고, 가격이 좀더 하락할 경우 수천명이 우주선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진 갤럭틱 홈페이지

버진 갤럭틱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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