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견제받는 ‘일대일로’…EU, 중국 겨냥 글로벌 인프라 계획 추진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항하는 글로벌 인프라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이 글로벌 인프라 투자 구상인 ‘더 나은 세계 재건(B3W)’ 계획에 합의한 데 이어 EU도 자체적인 인프라 계획을 추진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12일(현지시간) EU 이사회에서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세계적으로 연결된 유럽(A Globally Connected Europe)’으로 명명된 글로벌 인프라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EU 이사회는 이 계획에 대해 “EU가 지정학적 전략과 세계적인 접근법을 추구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경제, 외교, 개발정책, 안보이익을 증진하고, 유럽의 가치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계획이 가치 사슬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전략적 의존성을 줄여 EU와 파트너들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이 계획에서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자체 인프라 계획을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와 경쟁하려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헤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이사회에서 “우리는 중국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정치적 영향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경제적, 재정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소용이 없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CGTN은 이를 두고 EU의 새 전략은 일대일로에 대한 대응으로 인식된다면서 “EU가 아시아 연결 전략을 넘어 아프리카와 남미에도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EU는 내년 봄까지 이 계획의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또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 및 지역, 특히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며 더 나은 세계 재건을 위한 G7의 논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G7이 합의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구상과 연결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G7 정상은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중·저소득 국가에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B3W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관련기사] G7, 거대 글로벌 인프라 투자로 중국 '일대일로'에 맞불 놓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집중 견제하고 나선 것은 중국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 국가들을 부채의 함정에 빠트리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은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제시한 이후 140개국과 협정을 맺고 각국의 철도와 항만,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며 경제영토를 확장해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이 과정에서 중국이 저개발국가에 제공한 막대한 차관을 빌미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일대일로는 호혜상생에 기반한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확대하는 데 더 힘을 쏟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라쉬드 메레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외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양국이 일대일로 협력과 경제분야의 협력 동반자 관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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