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못한 일 코로나가 해냈다?…미국 식당·슈퍼 평균 임금 15달러 돌파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미국 저임금 서비스 업종 하위직 시간당 평균 임금 추이.                                                               자료|미 노동부 통계국·워싱턴포스트

미국 저임금 서비스 업종 하위직 시간당 평균 임금 추이. 자료|미 노동부 통계국·워싱턴포스트

코로나19로 봉쇄됐던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식당과 슈퍼마켓 등에 종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역사상 처음으로 15달러(약 1만7200원)를 넘어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대형 유통 체인들이 신입 노동자 초임을 15달러 이상으로 올리자 소규모 식당 등도 일손을 확보하기 위해 이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의회 반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임금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노동부의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6월 기준 자료를 보면 미국 식당 관리직 이하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5.31달러였다. 코로나19 이전 13.86달러에 비해 10% 이상 올랐다. 슈퍼마켓 하위직 노동자 시간당 평균 임금도 15.04달러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7% 가량 올랐다.

이처럼 가파른 임금 상승은 대형 유통 체인들이 주도했다. 약국과 생활용품 판매를 겸하는 CVS는 내년 여름까지 신입 직원 초임을 현행 11달러에서 15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타겟, 베스트바이, 코스트코 등도 뒤를 따랐다.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대형 유통 체인들이 속속 임금을 올리자 역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소형 업체들도 이를 따라가고 있다. 식당과 슈퍼마켓뿐 아니라 정육 및 수산물 가게, 사무용품 납품, 주차장 관리, 돌봄 노동, 건물 경비 등 다른 저임금 업종들도 시간당 평균 임금이 15달러선으로 올라왔다. 미국 전체 산업을 기준으로 보면 비관리직 노동자 시간당 평균 임금은 25.83달러(약 2만9600원)로 코로나19 이전보다 7.8% 올랐다.

미국은 지난해 봄 코로나19가 도래한 이후 경제 활동이 봉쇄되면서 식당과 술집, 산매점 등이 수백만명의 인력을 해고했다. 주정부가 제공하는 실업수당에 더해 연방정부가 제공한 추가 실업수당을 받으며 실직 기간을 버틴 노동자들은 일자리 복귀를 앞두고 임금에 대한 눈높이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하위직 노동자 임금이 급속하게 올라간 것은 1980년대 초 이후 처음이라면서 임금은 한번 상승하면 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영구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시간당 임금 15달러’는 노동계에서 10년 이상 요구해온 목표였다. 시간당 7.25달러에 묶여 있는 연방 최저 임금 기준을 15달러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50개 주 가운데 29개는 최저임금이 연방 기준보다 높고 나머지는 연방 기준에 맞춰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제안하면서 연방 최저 임금을 4년에 걸쳐 15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포함시켰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쳐 철회한 바 있다.

물론 법으로 정하는 최저임금과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평균 임금은 차이가 있다. 저임금 업종 하위직 노동자 시간당 임금 전국 평균이 15달러를 넘었다고는 하지만 평균이기 때문에 여전히 15달러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미국 전체 노동자의 20% 가량이 이에 해당한다.

급격한 임금 인상은 고용 저하와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경제 활동 재개 이후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임금 상승으로 늘어난 가처분 소득이 물가 상승으로 상쇄될 수 있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 전문가인 닉 벙커는 인플레이션은 언젠가 퇴조하지만 상승된 임금은 그대로 남는다면서 “임금 상승은 어쨌든 사람들이 전보다 많은 돈을 실제로 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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