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메르켈 "나는 페미니스트" 첫 공개선언

박용하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수도 베를린의 총리 관저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베를린 | AF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수도 베를린의 총리 관저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베를린 | AFP연합뉴스

그간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는데 신중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공개선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8일(현지시간) 뒤셀도르프에서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와의 대담 후 기자들과 만나 페미니스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사회참여와 삶의 전반에서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17년 주요 20개국(G20) 여성경제정상회의에서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그저 모든 여성이 선택과 기회의 자유를 누리길 원한다. 이런 것이 페미니스트라면 페미니스트겠지만 내가 갖고 있지 않은 타이틀로 날 꾸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도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때다.

독일 내 여성운동가들은 그간 페미니즘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애매모호한 입장을 비판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메르켈은 전 세계 페미니스트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성취를 거뒀지만 정작 독일 여성의 지위는 발전이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특정 집단을 강조하는 ‘정체성 정치’의 덫을 피하고 전체 독일인을 염두에 두는 정치를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많았다. 실제 그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뒤 자신이 속한 특정 그룹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특정 주장에 힘을 싣는데 신중해왔다. 일부 대중들은 답답하게 생각했으나 그는 현재까지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2017년 페미니스트임을 밝히지 않아 논란을 부른 일과 관련해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며 “하지만 지금은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현실과 관련해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이 남성 중심의 학문을 공부하는 소수의 여성에 속했으며, 연구와 집안일의 병행으로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입장을 위해 싸우는 법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6년간 독일을 이끌어 왔다. 독일은 오는 26일 그의 후임을 뽑기 위한 총선을 실시한다. 메르켈 총리는 기독민주당의 아민 라셰트 후보를 자신의 후임자로 선택했다.

메르켈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계획에 대해 “당분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건 매우 환상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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