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서 두 번째로 긴 파라나 강, 77년 만에 최저 수위…“기후위기·삼림 벌채 영향”

박하얀 기자
파라나 강. 게티이미지

파라나 강. 게티이미지

아마존에 이어 남미에서 두 번째로 긴 파라나강의 수위가 7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후 위기와 삼림 벌채가 강을 메마르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낮아진 수위의 여파로 수천만 명의 식수가 위협받고 강을 터전 삼아 생계를 이어온 주민들은 생활고에 직면했다. 에너지 가격은 나날이 치솟고 있으며, 해상 무역로 기능이 마비되면서 타격은 남미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2019년 말부터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남미의 파라나강이 1944년 이후 최저 수위로 떨어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강 수위는 브라질이 긴급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수력발전소에서 물을 방출하면서 일시적으로 올랐으나 이내 다시 급격히 떨어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파라나강은 길이 4880km로 브라질 남동부에서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를 거쳐 남쪽으로 흐른다. 생물 다양성이 높아 생산적인 습지로 꼽힌다. 하지만 강의 수원인 남부 브라질이 최근 3년 동안 연이어 평균 이하의 강우량을 보이면서 강의 유속은 평균 초당 1만7000㎥에서 6200㎥로 떨어졌다고 BBC는 전했다. 대서양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관문인 파라과이강도 극심한 가뭄으로 지난 23일 기준 117년 만에 최저 수위를 기록했다.

가뭄의 여파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4000만명의 식수가 위협받고 있다. 또 파라나 강에 걸쳐 있는 수력 발전소의 가동률이 50%로 떨어지는 등 에너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기 요금 등도 오르고 있다. 특히 파라과이 어업 종사자들은 고기잡이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데다가 증가한 연료 비용에도 허덕이고 있다. 파라과이 남부 트로시우크 항구의 총책임자인 크리분추크는 “바지선 12척이 떠나야 했지만, 수위가 너무 빨리 낮아지고 있어 6척만 출항한다”며 “내륙 국가인 파라과이의 사람들에게 강은 몸의 동맥과도 같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무역로 기능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남미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라과이 정부는 지난 7월 파라나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상로 대신 육로로 전환하며 수입 제품의 가격 상승을 경고한 바 있다. 국가 해운·항만 관리 기관 ANNP 국장인 후안 카를로스 무노즈는 하천 운송이 유전자 변형 대두 수출에 기반을 두고 있는 파라과이 경제의 핵심이라며 “부가가치가 없는 원자재를 수출하기 때문에 하천 운송은 국제 시장에 도달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와 삼림 벌채가 가뭄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중남미개발은행(CAF)은 파라과이를 남미에서 기후 비상 사태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선정했다. 국가 주도의 대두 농업과 목축업 호황으로 삼림 벌채가 과다하게 이뤄지면서 파라과이 동부를 덮고 있던 대서양 숲의 7%만이 남았고, 서부 차코 숲은 1985~2016년 사이에 영국보다 큰 면적(숲의 20%)이 사라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파라나강 일대의 가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가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로저 몬테 도멕 국립 아순시온 대학 수문학 교수는 “앞으로 몇 달 동안은 큰 비가 내리지 않고, 라니냐(동태평양의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이상현상)가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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