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갖고 튀어라'···1억원 '먹튀' 예술작품 논란

박용하 기자
덴마크 미술가 옌스 하닝의 ‘돈을 갖고 튀어라’란 제목의 빈 그림 액자가 지난 28일 쿤스텐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올보리 | EPA연합뉴스

덴마크 미술가 옌스 하닝의 ‘돈을 갖고 튀어라’란 제목의 빈 그림 액자가 지난 28일 쿤스텐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올보리 | EPA연합뉴스

덴마크의 한 예술가가 작품 제작을 위해 미술관으로부터 1억원에 달하는 돈을 받은 뒤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백지 작품을 선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사람들도 ‘먹튀’ 할 것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작품을 기획했다고 주장했으나, 미술관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가디언 등 유럽 현지 매체들은 29일 덴마크 작가 옌스 하닝이 최근 쿤스텐 현대미술관에 전시한 작품을 둔 논란을 소개했다. 미술관이 미술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새 전시를 위해 하닝에게 실제 지폐를 활용한 예전 작품들을 재현해 줄 것을 의뢰한 게 사건의 발단이 됐다. 앞서 하닝은 권력과 불평등에 초점을 맞춘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았는데, 2007년에는 덴마크 국민의 평균 수입을 표현하기 위해 캔버스에 덴마크 크로네 지폐를 고정시켜 전시한 바 있다. 2011년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오스트리아 국민의 평균 수입을 표현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미술관은 새 작품을 위해 그에게 2만5000덴마크 크로네(약 466만원)를 제작비로 지불했으며 작품에 사용하기 위해 별도로 53만4000덴마크 크로네(약 9952만원)도 빌려줬다. 하지만 그가 미술관에 보낸 작품 상자에는 ‘돈을 갖고 튀어라’란 제목이 붙어 있고 아무 것도 표현되지 않은 캔버스 두 개만 들어있었다. 미술관은 일단 작품을 현 상태로 새 전시에 선보이고, 하닝에게는 빌려준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닝은 돈을 가져간 행위 자체가 작품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것은 절도가 아니라 계약 위반인데 그것도 내 작업의 일환”이라 주장했다. 그는 또 의뢰받은 두 작품을 원래 의도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추가로 돈이 나가야 했다고도 주장했다. 하닝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사람들도 나와 같이 행동하도록 독려한다”며 “만약 형편없는 직장에서 돈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면 (돈) 상자를 가지고 도망가라”고 말했다.

미술관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라세 안데르손 디렉터는 “하닝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할 권리를 절대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우리는 부유한 미술관이 아니며 그 돈은 건물 유지보수를 위해 배정된 얼마 안되는 비축금에서 나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년 1월16일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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