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가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세계 최대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는 11일(현지시간) 더이상 제품에 여아용, 남아용 등의 라벨을 붙이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레고는 또 소비자가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성별로 제품을 검색할 수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레고는 이날 미국, 중국, 일본 등 7개국 6~14세 어린이와 부모 7000여명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고 “성 편견과 유해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제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레고가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아의 71%가 다른 성별과 관련된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놀림을 받을까봐 걱정한다고 답했다. 여아의 이 같은 비율은 42%였다. 부모들은 남아에게는 스포츠와 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교육(STEM)을 하도록 권장하는 반면 여아에게는 춤과 분장을 장려할 가능성이 5배, 제빵을 권고할 가능성은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아이들의 잠재력을 제한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신경생물학자인 지나 리폰 교수는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훈련 기회를 제공한다”며 “여아들이 레고나 다른 조립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는다면 이들은 추후 삶에 도움이 될 공간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는 것이며, 여아들에게만 인형을 강요한다면 남아들은 양육 기술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레고의 이날 발표는 장난감에서 성 고정관념을 없애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영국의 젠더 평등 시민단체 포싯소사이어티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게으른 고정관념’과 성별에 따른 장난감 분리는 젊은층의 정신 건강 위기를 부추기고 직업 선택을 제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