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나는 한국···오징어 게임에 드러난 ‘부채의 덫’

박은하 기자

블룸버그·가디언 등 해외 언론사 5개 리뷰 소개

가계 부채· 불평등…“한국 자본주의의 실패 엮어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해외 언론의 비평도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내용을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과 연결짓는 내용이 대다수다. 드라마의 배경에는 가계 부채와 집값 폭등, 열악한 노동환경, 사회적 불평등 같은 한국 사회의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징어 게임>에 대해 “한국 자본주의의 실패에 대한 분석을 엮어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빚더미에 앉은 한 자영업자의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의 경제적 문제를 조명했다고도 했다. 블룸버그와 포브스 등은 한국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청년실업, 개인부채 문제를 드라마와 연결시켰다. 더 컨버세이션은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 원인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의 자체의 폭력성을 생존게임 장르와 블랙코미디를 엮어서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퀼튀르는 앙트완 코폴라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인터뷰를 통해 이 드라마를 “죽음의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라고 전하며 한국에서 불평등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가 쏟아져나오게 된 역사·사회적 배경도 다뤘다. 이하 각 언론사 리뷰의 주요 내용을 발췌해서 소개한다.

▶블룸버그 '오징어 게임 경제'

<오징어 게임>의 배경은 부채의 덫이다. 절망적으로 빚을 진 456명이 살아남아 재산을 거머쥐기 위한 치명적인 게임을 하는 한편 소수의 슈퍼 부자 VIP들이 이를 재미로 지켜본다는 내용이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저스틴 히마네스가 쓴 것처럼 미온적인 임금 인상과 생활비 상승으로 사람들이 대출에 내몰리면서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역대 최저금리 상황에서 젊은 한국인들은 투기가 재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장담하면서 빚을 내 부동산부터 가상통화까지 사들이고 있고 이는 집값을 더 올리고 있다. ‘삼포세대’라고 알려진 젊은 세대들은 가정, 직업, 배우자, 자녀를 포기하고 있으며 절망은 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이끌었다. 이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

▶가디언 '오징어 게임, 한국 개인 부채 위기의 실상을 드러내다’

배달 일을 하는 최영수씨(35·가명)는 대출받는 것이 커피 한 잔을 사는 것 만큼 쉬운 나라에서 빚으로 숨이 막히는 수 많은 평범한 한국인 가운데 한 명이다. (중략) 그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판교의 한 회사에서 정보기술(IT)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다. 몇년 간의 초과근무와 심야근무로 건강을 해쳤고 오랜 준비 끝에 아내와 함께 고향인 인천에서 호프집을 열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의 희생양이 됐다. 4개월 동안 집세를 내지 못하자 은행에 도움을 청했다. 이들 부부는 은행 대출은 의외로 쉬웠지만 이자가 4%나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했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17% 이상의 이자를 물면서 시중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는 곤경에 처한 사업자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포브스 '오징어 게임의 전 지구적 인기 이면에는 한 나라의 경제적 불안이 있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깊은 불평등과 점차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 문화 수출품 가운데 최근작이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2019년 영화 <기생충>은 절망적 상황의 사기꾼 가족과 망각에 빠진 서울의 부유한 가족이 짝을 이뤘다. 2018년 아트하우스의 히트작인 <버닝>은 젊은 배달원을 부유한 경쟁자와 맞붙여 긴장감을 조성했다. (중략) “<오징어 게임>은 한국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실제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 사이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난해 1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 대학을 졸업한 신예은씨가 말했다.

▶더 컨버세이션 '사회적 불평등과 과도한 폭력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암울한 세계가 스트리밍 열풍을 일으키는 이유'

<오징어 게임>의 중심에 있는 어린이 놀이의 잔인한 각색은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확실히 사로잡았고 또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자본주의에 대한 놀랄 만한 비유를 제공한다. 주인공 기훈(이정재)은 해고된 상태에서 도박빚을 지고,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는 수술을 할 형편이 되지 않자 고리대금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려서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자를 갈취당하고 계속 증가하는 부채를 통해 현대적 형태의 노예 상태로 빠져든다. 효과적 형태의 노예 제도는 탈북자와 동남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으로 묘사된다.(중략) <오징어 게임>은 퀴즈 쇼부터 서바이벌 리얼리티 TV 프로그램까지 게임 쇼에 대한 전 세계적, 문화적 집착을 이용한다. 한국의 TV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서양 영화의 폭력성을 담고 있으면서 사회적 불안에 대한 강력한 은유를 형성한다.

▶프랑스퀼튀르 '오징어 게임, 죽음의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

이 쇼의 성공이 꼭 놀라운 것은 아니다. 앙트완 코폴라에 따르면 남한은 북한과 마주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 이념대립이 끊임없는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식민지화, 독재, 민주화의 역사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 근대성과 아시아 전통 사이의 대립의 역사가 있다. 한국의 현재 문제는 20세기를 종합한 것이며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한국 예술가들에게 풍요로움과 창의성을 준다. (중략)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게임은 말이 안 되는 게임이다. 승자의 능력은 특별하지도 않고 필수적이지도 않다. 이것은 인간과 자연의 포식자로서의 자본주의, ‘죽음의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이다. 한국은 경쟁을 극한까지 키운 나라이다. (이 자본주의의 세계에서는) VIP들이 저 위에서 만들어 낸, 손에 닿지 않는 규칙에 의해 진행되는 무의미한 경쟁이 있다. 이러한 어린이 놀이와 같은 단순성이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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