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기시다 총리, A급 전범 합사 야스쿠니 봉납…외교부, "실망과 유감"

윤기은·김유진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를 마친 뒤 관저 로비에서 취재진에게 통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를 마친 뒤 관저 로비에서 취재진에게 통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NHK방송은 17일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제사)가 시작된 이날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봉납했다고 전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의 좌우에 세우는 비쭈기나무(상록수의 일종)다. 기시다 총리는 ‘내각 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라고 적힌 나무 명패와 함께 공물을 헌납했다.

NHK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의 측근은 “기시다 총리는 공물을 봉납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 봉납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했던 것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17일부터 이틀간 이어지는 예대제 기간 동안 신사 참배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이와테와 미야기, 후쿠시마현 등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을 순방 중이다.

NHK는 고토 시게유키 후생노동상과 와카미야 겐지 엑스포상도 이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이날 스가 전 총리도 지난 4일 퇴임 이후 처음으로 야스쿠니신사에 찾아 참배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가 전 총리는 이날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전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왔다”고 말했다. 스가 전 총리는 재임 중 태평양전쟁 종전일(8월15일)과 춘계 및 추계 예대제마다 참배 대신 공물 봉납을 해왔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 이듬해인 2013년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2013년 참배 이후에는 재임 중 공물만 봉납하다가 퇴임 이후 다섯차례에 걸쳐 야스쿠니신사에 찾아 참배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기시다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과 스가 전 총리의 참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신내각 출범을 계기로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쿄 지요다에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90%에 가까운 213만3000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도쿄 전범재판을 거쳐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7명과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 총독 출신인 고이소 구니아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을 이끌었던 A급 전범 14명도 야스쿠니에 봉안됐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