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느냐 더 걷느냐…‘포스트 코로나 세금’ 머리 싸맨 세계 각국읽음

박용하 기자

이탈리아·프랑스 등 감세 기조…주로 에너지 분야 대상

영국·미국은 증세 논의…부유세·탄소세 등 신설 논의도

세계 각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세제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위기 등 당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탈리아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감세안을 예고하는가 하면, 영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증세안을 내걸었다. 유류세 인하나 부유세, 탄소세 신설 등 세금 관련 민감한 이슈들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팬데믹 이후의 세제 개혁은 각국이 처한 상황과 정책적 우선 순위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사례다. 이탈리아 정부는 20일(현지시간) 80억유로(약 10조9360억원) 규모의 세금 감면 대책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 초안을 의결했다. 노동자들의 소득세와 보건·위생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낮추는 내용과 함께 플라스틱·설탕세 도입을 2023년까지 연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프랑스, 스웨덴 등도 감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1300억유로(약 1525억달러)의 예산을 지출하면서도 감세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를 관리하기 위해 이 같은 기조가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관련 감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인해 연료 가격이 오르고, 전기료마저 인상될 조짐을 보이자 각국에 에너지 세율 인하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독일은 재생에너지 세금을 3분의 1 수준으로 인하했으며, 네덜란드도 지난 17일 각 가정이 사용하는 에너지에 대해 연간 평균 400유로(약 55만원)까지 세금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팬데믹 과정에 국가 부채가 누적된 일부 국가들은 증세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법인세율 인상을 발표했으며, 지난 9월에는 개인과 법인의 소득에 1.25%의 새로운 보건·사회복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보건·사회복지 세금으로만 한정해도 연 120억파운드(약 19조2834억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 대응으로 한계에 다다른 국민건강보험(NHS) 개선 등에 투입된다.

미국에선 재정 확충과 함께 소득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부유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백악관 고위 관료들이 민주당 지도부와 비공개 회의를 열고 억만장자 등에 한정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인프라 투자나 교육·복지확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영국 노동당도 팬데믹 과정에 재산이 급증한 고소득층으로부터 연간 610억파운드(약 99조1225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는 4가지 부유세 모델을 이날 공개했다.

최근 대두된 기후 문제도 증세에 대한 각국의 고심을 키우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상당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증세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영국 재무부는 이날 공개한 탄소중립 정책 검토 문건에서 “친환경 정책에 따라 운전자들이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지난해 연료세와 자동차소비세로 거둬들였던 370억파운드(약 60조원) 상당의 수입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존의 세수마저 축소될 수 있으니 재정확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탄소세 신설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내년 중반부터 탄소 배출 1t당 30유로(약 4만1000원)를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안을 최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백악관과 민주당도 징벌적 탄소세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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