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본형 자본주의'·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기시다호' 정책 힘받나

윤기은 기자
일본 중의원 선거 투·개표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도쿄도 조후시에서 거리유세를 마치고 떠나면서 손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중의원 선거 투·개표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도쿄도 조후시에서 거리유세를 마치고 떠나면서 손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획득하며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됐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판 소득주도 성장인 ‘새로운 일본식 자본주의’ 정책과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민당 내 강경파는 방위비 증액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정책 등 강경한 안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개헌에 동의하는 정당들이 중의원에 3분의 2 이상 진출하며 평화헌법 개정안 발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기시다 총리의 핵심 정책은 ‘새로운 일본형 자본주의’다. 이는 노동자 임금 인상과 중산층 확대 등을 통해 소비를 진작하고 이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구상이다.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은 아베노믹스와 달리 성장과 분배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6일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회의’를 열고 ‘새로운 일본형 자본주의’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노동자 모두 보험 실현, 전 세대 사회보장제도 구축,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사회보험 지원금 액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해당 정책을 위한 구체적 자금 조달 방식도 설계돼야 한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후보 당시 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소득세를 올리겠다고 했지만, 총리 취임 후엔 금융소득세는 “당분간 건드릴 생각이 없다”며 일축하는 등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30조엔(약 316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책 마련도 기시다 총리의 공약이다.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 쇼크’에 대비하기 위해 초저금리 유지와 재정 확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민당 총재 후보 당시 “총재가 된다면 2022년 초까지 일본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정상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며 “경기 부양책이 신속한 현금 지급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추경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책을 감당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아울러 자민당 강경파들이 추진하는 안보 강화 정책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위협이 감지되면 일본 자위대가 적 기지를 선제적으로 타격한다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이 총선 후보자 전원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자민당 후보 77%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방위비 예산 편성 제한을 국내총생산(GDP)의 1%에서 2%까지로 늘려야 한다는 답변도 79%에 달했다.

일본이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를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이 담긴 헌법 제9조(평화헌법) 개정안 발의도 가능해졌다. 일본유신회의 부상으로 개헌에 동의하는 자민당(261석)과 일본유신회(41석), 국민민주당(11석)이 얻은 의석 수가 개헌안 발의 정족수(310석)를 넘었기 때문이다. 앞서 아베 내각은 개헌을 실시하려 시도했지만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찬성 세력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해 계획이 가로막혔다.

기시다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과 관련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다만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일본 외교·안보 정책 기본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명기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안보 정책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 평화헌법 개헌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아직 의회 내에는 평화헌법을 강력히 반대하는 세력이 여야 모두에 남아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29석)은 안보 강화 정책과 개헌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자민당과 국민민주당 내부에서도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기시다 내각은 평화헌법 개정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비난과 보복도 감수해야 한다.

자민당이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려면 개헌에 동의하는 다른 두 당과 개헌 조건에 대해 협상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제 3당으로 거듭난 일본유신회는 무상 교육 실시와 헌법재판소 설치를, 국민민주당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근간이 되는 디지털기본권 보장을 헌법에 추가하는 것을 개헌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밖에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과학기술 입국’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는 과학 연구대학을 만들기 위해 민관합동기금으로 10조엔(약 106조원) 규모 대학 펀드를 연내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디지털, 그린, 인공지능(AI), 양자, 바이오, 우주 등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투자를 단행하고, 반도체 등 전략 물자를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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