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머리 맞댔지만…탄소중립 시점 ‘2050년’ 합의 실패읽음

김윤나영 기자

중·러·인도 등 반대로 선언문서 “금세기 중반까지” 에둘러

바이든 “러·중에 실망” 시진핑 “선진국이 앞장서야” 설전

존슨 “이번 약속은 공허”…환경단체 “책임 있는 태도” 촉구

G20 머리 맞댔지만…탄소중립 시점 ‘2050년’ 합의 실패
G20 머리 맞댔지만…탄소중립 시점 ‘2050년’ 합의 실패
<b>빙산에 표현한 기후위기</b>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라이트 아트 익스피디션스’가 북극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산을 스크린 삼아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지구를 표현한 스위스 조명 예술가 게리 홉스테터의 작품들을 공개했다. 위 사진부터 멸종위기에 놓인 북극곰 새끼, 기후변화로 생명이 경각에 달렸음을 표현한 작가의 흉부 X레이 사진, 빙하가 녹고 있는 그린란드와 남극의 해안선 모습.   EPA연합뉴스

빙산에 표현한 기후위기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라이트 아트 익스피디션스’가 북극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산을 스크린 삼아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지구를 표현한 스위스 조명 예술가 게리 홉스테터의 작품들을 공개했다. 위 사진부터 멸종위기에 놓인 북극곰 새끼, 기후변화로 생명이 경각에 달렸음을 표현한 작가의 흉부 X레이 사진, 빙하가 녹고 있는 그린란드와 남극의 해안선 모습. EPA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지난달 30~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설정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과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네 탓’ 공방을 하며 기후위기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G20 정상들은 31일 공동선언문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고자 함께 노력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정상들은 그러나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필요한 탄소중립 시점을 “금세기 중반까지”로 제시하는 데 그쳤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의 반대로 ‘2050년’으로 못 박지 못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탄소중립 시점을 2060년으로 설정했고, 인도는 아예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G20 정상들은 탈석탄을 위해 주로 가난한 국가들이 추진하는 신규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 금융 지원을 2021년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폐지는 2030년 말이라는 목표 시점을 명문화하지 못한 채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한다는 문구만 적시했다.

부국들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에 2025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약 117조원)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선언문에 담았다. 그러나 이 역시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 합의(COP15)의 재탕에 불과하다. 당시 각국 정상들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를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G20 정상들은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인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내년 중반까지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서 “내 희망이 실현되지 않은 채 로마를 떠나게 됐지만 최소한 그 희망들이 묻히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번 약속은 빠르게 온난화되는 바다에 떨어진 물방울”에 불과하다면서 그마저 “공허하게 들리기 시작했다”고 혹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적극적인 탄소중립 대책도 내놓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 종식 합의 내용을 발표하면서도 “중국 같은 나라의 ‘더러운 철강’의 시장 접근을 제한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중국산 철강이 탄소 배출 기준을 지키지 않아 기후위기를 부추긴다고 언급한 것이다.

반면 시 주석은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야 한다”고 맞섰다. 시 주석은 이날 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선진국은 개도국에 자금 지원 약속을 이행하고 관련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 선진국이 개도국에 ‘사다리 걷어차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탄소 배출 총량으로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 1인당 누적 배출량으로 보면 캐나다, 미국, 호주, 러시아, 영국, 독일 등 10개국이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각국 정상들이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동안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1일부터 열리는 COP26에서 각국 정상들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COP26 의장국으로 이번 회의를 주재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날 BBC 인터뷰에서 지구 파멸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를 언급하며 “자정까지 1분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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