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 공공장소 총기규제 위헌 심리 시작..."헌법적 권리" 대 "총기범죄 심각"

김혜리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뉴욕주의 법은 위헌인지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 대법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법관들은 심리 첫날부터 총기 소지권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에서 100년간 적용돼 온 공공장소 총기 소지 규제법이 사라진다면 비슷한 법을 적용하고 있는 다른 주들에서도 총기 소지 제한에 도전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3일(현지시간) 공판을 열고 공공장소 총기 소지 규제를 허용해야 할 것인지 전격 논의를 시작했다. 가정 외 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제한한 뉴욕주 조치가 무기 소유와 휴대를 인정하는 수정헌법 2조에 위배된다며 전미총기협회(NRA)와 개인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첫 심리가 열린 것이다. 수정헌법 2조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를 위해 규율을 갖춘 민병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뉴욕주는 1913년부터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휴대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다만 특수한 필요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총기를 휴대할 수 있는 자격증을 발급했다. 뉴욕주는 공공장소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8개 주 중 하나다. 캘리포니아, 하와이, 메사추세츠, 뉴저지, 델라웨어, 메릴랜드, 로드아릴랜드주도 유사한 법을 적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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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판은 특히 지난해 10월 보수 성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합류하면서 대법원이 6대 3으로 보수 절대 우위 구조로 바뀐 뒤 총기 소지권을 처음 심리하는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보수 대법관들은 총기 소지 제한 조치를 없애는 방향으로 입을 모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수정헌법 2조가 다른 헌법과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며 “권리를 시행하기 위해서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불법적으로 총을 휴대하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열심히 일하면서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은 자기방어를 못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배럿 대법관은 2019년 시카고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재직할 당시 비폭력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총기 소유 자격을 박탈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진보 대법관들도 반론을 펼쳤다. 케이건 대법관은 일리노이주 등 다른 주에서 헌법에 명시된 권리가 보장된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은 일리노이주의 시카고가 전세계에서 총기 범죄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축구 경기장에서 만취한 관중이 총기사고를 냈을 상황을 가정하며 “선량한 시민들이 사고로 죽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최근 총기사고가 급증함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소지해도 될지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욕 내 총기사고는 급증했다. 코로나19 이전엔 연간 총기사고 피해자가 1000명 이하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8월까지 벌써 1160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지난 4월 인디애나 총기난사 사고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총기폭력을 “나라 망신”이라 표현하며 총기 규제법을 강화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사회적 흐름과 정반대 방향의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총기 소지를 허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의 범위에 대한 논의도 이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NRA 측을 대리하는 변호인에게 술을 판매하는 곳이나 축구 경기장처럼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도 총기 휴대를 허용해도 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케이건 대법관은 뉴욕 지하철이나 대학교 캠퍼스를, 배럿 대법관은 새해 전날 타임스퀘어 광장을 예시로 들며 총기 소지를 허용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대법원 최종 판결은 내년 6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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