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목소리에도 석탄 소비 증가…느려지는 ‘탈석탄 시계’읽음

윤기은·박용하·김윤나영 기자

일부 국가들, 전 세계 에너지난 영향 수입 물량 대폭 확대

수요 늘자 호주·인도네시아·러시아 등 본격적 증산 나서

풍력발전소 등 대체에너지도 생산량 떨어져 악화 부채질

화석연료 사용 중단 촉구하는 기후위기 활동가들 기후위기 활동가들이 3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화석연료 사용 중단과 기후위기 취약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글래스고 | AFP연합뉴스

화석연료 사용 중단 촉구하는 기후위기 활동가들 기후위기 활동가들이 3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화석연료 사용 중단과 기후위기 취약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글래스고 | AFP연합뉴스

영국과 캐나다 등 40여개 국가들이 4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40년대까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합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으로 평가되지만 완전한 탈석탄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석탄 사용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한다. 다른 연료에 비해 석탄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성분이 더욱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 기온이 1도 오를 때 석탄이 타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0.3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탈석탄 시계는 빨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중국, 인도, 호주 등 주요 석탄 생산 국가들은 물론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 온 미국도 석탄 생산과 사용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석탄발전 중단 합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여기에 전 세계를 덮친 에너지난과 석탄 수출로 경제적 이득을 보는 나라들의 셈법, 효율적인 대체에너지 부재 등 다양한 요인들이 탈석탄의 난관으로 남아 있다.

■탈석탄 놓고 뒤엉킨 복잡한 셈법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생한 에너지난 현상은 감소 추세였던 석탄 수요와 생산량을 다시 높였다. 일부 국가들은 전력난 해소 방안으로 석탄을 찾았다. 대규모 정전 사태 후 중국 정부는 지난달 일일 석탄 생산량을 기존 1160만t에서 1200만t으로 늘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 내 석탄 사용량이 5억3700만t으로 전년 대비 23%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내 석탄 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석탄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호주, 인도네시아, 러시아, 미국 등 거대 석탄 수출국은 석탄 생산을 포기할 수 없게 됐다. 호주 정부는 올해 자국 석탄 수출량이 전년보다 3900만t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네시아는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석탄을 수출해 380억달러(약 44조원)를 벌어들였다. 인도네시아는 205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계획을 밝혔지만 석탄 생산 중단 및 수출 제한을 위한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유럽의 탄소 감축 정책으로 손해를 입게 된 에너지 기업들은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이 에너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정한 에너지헌장조약(ECT)을 근거로 한 이들의 소송은 향후 수천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수 있어 각국의 기후 대응에 장애물이 될 전망이라고 가디언이 3일 보도했다. 최근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의 에너지 기업 RWE가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네덜란드 정부가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키로 하자 2015년 가동을 시작한 RWE의 발전소도 ‘조기 폐쇄’ 위기에 빠졌고, 사측은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14억유로(약 1조9175억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환경단체들은 에너지 기업의 소송이 늘어나면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 등으로 사용해야 할 자금이 에너지 기업들의 보상금으로 지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대체에너지까지 타격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전력 생산 기술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기후위기가 재생에너지 생산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북유럽 전역에서는 올해 바람 속도가 평년보다 15% 떨어졌다. 영국은 지난 3월 10년 만에 가장 긴 저풍속 현상을 겪었다. 영국 발전회사 드랙스는 2월26일부터 3월8일까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풍력발전소 가동률이 1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영국 전력회사 SSE는 지난 4~9월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예상보다 32%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다시 화력발전 의존도를 높이는 악순환에 빠지게 만든다. 가디언은 “올해 유럽에 닥친 저풍속 현상이 전 세계 화석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면서 “영국에서 해상 풍력발전이 피크시간에 필요한 전력의 60%를 공급했지만, 상황 안정을 위해 추가로 가스와 석탄에 의존해야 했다”고 전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로 특정 지역의 풍속이 장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이 열대지방보다 더 빨리 따뜻해지면서 전 세계에서 수십년간 육지로 불어오는 바람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지난 8월 보고서에서 기후위기로 유럽의 평균 풍속이 지금보다 8~10%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특정 시기에 바람이 약해진다고 해서 풍력발전의 필요성이 줄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안에서도 기후위기로 바람이 약해졌다가 강해지는 극단적인 날씨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에너지 기상학상 가뭄으로 알려진 기간 동안 전력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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