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거짓 선언’…세계가 속고 있다

박용하 기자
이마에 ‘기후 정의’라고 쓴 한 환경운동가가 8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기후위기 집회에 참석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카트만두 | AFP연합뉴스

이마에 ‘기후 정의’라고 쓴 한 환경운동가가 8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기후위기 집회에 참석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카트만두 | AFP연합뉴스

온실가스 배출량 유엔 보고
실제보다 최고 133억t 축소

산림선언 동참 인도네시아
“강요는 부적절” 즉각 반발

2030 석탄발전 중단 선언도
몇몇 국가들 “일부만 찬성”
한국도 “2050년까지” 고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주요 국가들이 장밋빛 약속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이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배출 자료부터 실제 배출량과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한 석탄화력발전과 산림파괴 중단 선언을 두고도 실제 합의 내용이나 참가국 수 등이 발표와 다르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COP26 주최 측이 성과를 과장하기 위해 겉만 번지르르하고 구체성과 실효성은 없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발표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유엔에 보고된 196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실제 배출량보다 최소 85억t에서 133억t가량 적은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배출량을 과소 측정한 것으로 분석됐다. WP는 “(측정치와 실제의 간극이) 최소한 미국의 연간 배출량보다 많고, 최대치로 잡으면 중국의 배출량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각국은 주로 토양에서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을 과다 추정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유엔에 보고할 때 자국 내 토양과 식물이 온실가스를 빨아들이는 수치를 추정해 전체 배출량에서 상쇄하는데, 이 흡수량을 과장해 전체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는 것이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가 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포스-클라이드 운하 위에서 9일(현지시간) 세계 지도자들의 가면을 쓴 활동가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글래스고 | 연합뉴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가 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포스-클라이드 운하 위에서 9일(현지시간) 세계 지도자들의 가면을 쓴 활동가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글래스고 | 연합뉴스

WP는 유엔이 각국에 배출량 산정과 관련해 대기 분석이나 위성 측정을 요구하지 않아 숫자 조작이 쉽게 이뤄지는 보고 체계의 허점도 지적했다. 상당수 개도국들은 별도의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도 없다. 이에 196개국 가운데 선진국을 포함한 45개국만이 2019년 기준으로 측정된 배출량 자료를 내놨다.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2015년 이전 5개년의 자료만 내놨다.

과소 평가된 배출량을 기준으로 목표를 작성하면 대응 수위도 실제 필요한 수준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WP는 “이는 (기후위기에 따른) 도전이 국제사회가 인식해온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COP26에서 도출된 주요 합의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COP26은 2030년까지 산림파괴를 멈추겠다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에 105개국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여국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는 곧바로 반발했다. 시티 누르바야 바카르 산림환경부 장관은 “이번 선언문을 2030년까지 산림파괴를 제로로 만드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인도네시아가 산림파괴를 중단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이르면 2030년대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겠다는 선언도 논란이 됐다. 이 선언에는 40여개국이 참여했으나 일부 국가들은 단서를 달거나 “일부 조항에만 찬성한다”며 모호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는 당초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선언문에 이름을 올려 논란이 됐다. 산업부는 “탈석탄의 구체적 시점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며 원론적 차원의 지지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선언문은 모호한 반면 언론 발표 자료는 이를 과장해서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석탄발전 중단과 관련해 보도자료는 “주요 경제국들은 2030년대, 나머지 국가들은 2040년대에 단계적으로 석탄발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선언문은 “2030년대(혹은 그 이후 가능한 한 빨리)와 2040년대(또는 그 이후 가능한 한 빨리) 석탄발전에서 전환하기 위한 기술·정책을 빠르게 확장한다”고 애매하게 서술했다.

싱크탱크 ‘파워시프트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아도 대표는 가디언과 인터뷰하면서 “이런 발표는 눈요기에 가까우며 실제로는 공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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