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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공산당 고위 간부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NYT)는 중국의 여성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6)가 지난 2일 밤 자신의 웨이보 공식 계정에 장가오리(張高麗·75)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3일 보도했다.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과 2014년 프랑스 오픈에서 두 번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거머쥔 전 세계 1위 테니스 복식 선수다. 2011년에 14개의 최고 싱글 랭킹을 달성했고 2014년에는 US 오픈 단식 준결승에 올랐다.

중국의 펑솨이가 2017년 8월 코네티컷주 뉴 헤이븐에서 열린 코네티컷 오픈 7일차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중국의 펑솨이가 2017년 8월 코네티컷주 뉴 헤이븐에서 열린 코네티컷 오픈 7일차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보도에 따르면 펑솨이는 장 전 부총리가 처음에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치자고 집으로 초청한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구체적인 날짜와 정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날 오후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계속 울었다”고 주장했다. 펑솨이는 장 전 부총리가 톈진 지역에서 근무하던 2007∼2012년쯤 성폭력이 이어졌다고 썼다. 펑솨이는 “부총리쯤 되는 지위에 계신 분이라면, 두렵지 않다고 할 것을 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다”고 적었다. 원 게시글은 올라온 지 몇 분 만에 삭제됐으나 게시글을 캡처한 파일이 인터넷망을 돌아다니면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공산당 고위 간부를 상대로 한 첫 ‘미투’였다. 장 전 부총리는 아직 묵묵부답인 상태이다.

NYT는 “장 전 부총리급의 공산당 고위급 인사에 대해 이런 의혹이 제기된 적은 없었다”면서 권력층 핵심 인사에 대한 최초의 미투 폭로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장 전 부총리는 국무원 부총리로서 2013∼2018년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다. 2002∼2007년에는 산둥 당 위원회 부서기를 맡았고, 이번 의혹이 제기된 2007∼2012년에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맡았다.

2017년 5월 장가오리 중국 부총리가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2017년 5월 장가오리 중국 부총리가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미국 플로리다에 본부를 둔 WTA의 스티브 사이먼 회장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펑솨이와 관련된 사건은 깊은 우려의 대상”이라며 “제기된 의혹들은 완전하게 공정하고 투명하며 검열 없이 조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상 미투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을 비판하고 성폭행 의혹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것이다.

미투 이후 펑솨이의 신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펑솨이는 지난 2일 웨이보 계정에 고발글을 올린 후로 지금까지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펑솨이는 어디에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펑솨이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면서 테니스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펭의 고발과 관련된 메시지들은 중국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엄격하게 검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펑솨이와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았다는 미국 전 테니스 선수, 전직 홍보팀 관계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펑솨이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2018년 대학에서 학생들의 교수들의 성폭력을 고발하며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20년 전 천샤오우 베이징항공항천대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한 학생 가오옌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늦게라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중국 당국이 사회불안을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검열하는 와중에서도 폭로는 잇따랐다. 중국의 미투 운동은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周曉萱)이 중국 국영방송 CCTV 인턴 시절 상사이자 유명 앵커인 주쥔(朱軍)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으로 이어졌다. 주쥔은 저우샤오쉬안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저우샤오쉬안도 맞소송을 벌였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저수샤오쉬안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han.kr
심윤지 기자 sharpsi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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