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위성 요격 시험으로 '우주쓰레기' 문제 부각...지구 주위에 9600톤 떠다닌다읽음

윤기은 기자
지구를 감싼 우주 쓰레기 분포도.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구를 감싼 우주 쓰레기 분포도.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러시아가 자국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하는 시험을 하면서 우주쓰레기 문제가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인공위성의 파편이 위협적이라고 비난을 쏟아냈지만, 러시아 정부는 잔해물이 이미 멀리 날아가버려 인간의 우주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자국 인공위성 ‘첼리나-D’를 파괴하는 시험이 전날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시험 과정에서 생겨난 파편이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장치(위성), 우주활동 등에 위협이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파편이 지구에서 250마일(약 400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으며 국제우주정거장(ISS) 궤도에서 멀어졌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의 성명은 러시아의 신중하지 못한 인공위성 요격 시험으로 1500조각 이상의 잔해가 발생했다고 전날 비판한 미 국무부를 겨냥한 것이다. 영국 국방부, 프랑스 국방부, 유럽연합(EU) 집행부 등도 ‘첼리나-D’ 파편이 각국 우주 활동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미국에 동조했다. 제임스 딕킨슨 미 우주사령부 사령관은 15일 러시아의 시험으로 인한 잔해가 향후 몇년간 모든 국가의 우주 활동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이번에 파괴한 첼리나-D의 잔해뿐 아니라 이미 우주에는 수많은 쓰레기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러시아를 비판한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도 과거 노후화된 위성을 요격해 수많은 잔해물을 남겼다. BBC는 2007년 중국의 인공위성 ‘펑윈-1C’ 요격시험 이후에는 10만조각의 파편이 나왔다고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인도의 2019년 위성요격 시험 당시 파편 400조각이 만들어졌으며, 이 중 24조각이 ISS 궤도를 지나갔다. 미국은 2008년 ‘USA-193’에 미사일을 발사해 파괴했다. 이때 발생한 174조각 파편 중 대부분은 지구로 떨어졌다.

유럽우주국(ESA)은 현재 지구 주위를 떠도는 우주쓰레기는 9600t이 넘는다고 밝혔다. 지구 궤도를 돌고있는 10㎝ 이상의 우주쓰레기는 약 3만6500 조각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1㎝~10㎝ 사이는 약 100만 조각, 1㎜~1㎝ 사이는 약 3억3000만 조각인 것으로 추산했다.

우주 관광시대가 본격 개막한 가운데 우주 파편은 우주 비행사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번 러시아의 요격시험 당일에도 ISS에 있던 우주비행사들이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위성항법장치(GPS), 기상관측, 전화 등 인공위성에 의존하는 일상생활도 해칠 수 있다. 실제로 1996년 우주 쓰레기와 충돌한 프랑스 인공위성이 파괴됐다. 우주 쓰레기에 맞아 파괴된 위성에서 파편이 발생해 또다른 위성을 위협하는 ‘케슬러 증후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주 쓰레기 양은 향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BBC는 소형 위성기술 확산으로 10년 이내 연 1000개 이상의 인공위성 발사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조만간 2000개 이상의 스타링크 인터넷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계획이다. 2000년대 우주로 쏘아올려진 인공위성은 매년 약 100개 수준이었다. ‘우주 방위’ 시대에 접어들면서 군사 시험 용도로 인공위성을 요격하는 사례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들은 우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요 7개국(G7)은 지난 6월 정상회의에서 ‘우주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용’ 세션을 열고 우주쓰레기 해결을 위한 국제규범을 만들자는 차원의 합의를 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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