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대선, 12년 만에 '정권 교체' 주목…첫 여성 대통령 나오나

박하얀 기자
시오마라 카스트로 자유재건당 대통령 후보가 28일(현지시간) 선거가 끝난 뒤 당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테구시갈파 | AFP연합뉴스

시오마라 카스트로 자유재건당 대통령 후보가 28일(현지시간) 선거가 끝난 뒤 당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테구시갈파 | AFP연합뉴스

중미 온두라스 선거에서 좌파 정당이 보수 정당의 12년 집권에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누가 승리하더라도 온두라스의 불안정은 고조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전국 6000여개 투표소에서 개시된 대통령 선거 초반 개표 결과 좌파 진영을 대표하는 시오마라 카스트로 자유재건당 후보(62)가 53%를 얻어 33%를 득표한 우파 여당인 국민당의 나스리 아스푸라 후보(63)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표율 45%를 기준으로 한 득표율인 만큼 아직 승패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투표율은 68%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가 진행되는 와중에 혼란도 감지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오후 성명을 통해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볼 수 있는 웹사이트가 마비됐으며 서버에 대한 공격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당초 투표는 오후 5시에 마감될 예정이었으나 중앙선관위는 투표소에서 대기하는 유권자들이 마저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종료 시각 이후에도 한동안 유권자들의 출입이 허용됐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이번 선거는 좌파 후보 카스트로와 수도 테구시갈파 시장인 여당 후보 아스푸라의 2파전이다. 일부 사전 여론조사에선 카스트로가 다소 앞선 것으로 나왔지만 아직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여·야 후보는 전날 서로 승리를 주장했다. 카스트로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국민들은 정의를 실현했다. 우리는 권위주의를 뒤집었다”고 밝혔다. 아스푸라는 “평화와 평온은 값을 매길 수 없다. 피 한 방울도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카스트로는 2006~2009년 집권한 호세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중도 우파 후보로 당선됐던 셀라야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왼쪽으로 선회했고 2009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이후 카스트로는 쿠데타 저항 운동을 이끌며 2013년과 2017년 대선에서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나서 2위로 낙선했다. 이번 선거에서 카스트로는 12년간의 국민당 집권이 정권 부패, 마약 범죄, 빈곤 등으로 이어졌다며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신중단과 동성결혼 등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다. 카스트로가 당선되면 온두라스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2014년부터 테구시갈파 시장을 지낸 아스푸라 후보는 기업인 출신으로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개발 등을 약속했다. 집권 국민당은 부패 문제로 선거전 내내 지지율 정체 현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마약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검찰은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멕시코 마약 밀매상으로부터 100만달러를 기부금 명목으로 받았으며, 그의 동생은 마약 밀매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아스푸라도 지난해 70만 달러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판도라 페이퍼스’는 그가 자금을 역외로 빼돌렸다고 주장했지만 아스푸라는 부인했다.

중국과 대만도 선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온두라스는 15개국밖에 남지 않은 대만의 수교국 가운데 하나다. 국민당은 대만을 계속 인정하겠다고 밝힌 반면 카스트로 후보는 중국에 외교적 개방을 약속했다. 이에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은 카스트로 후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승리해도 정치적 불안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7년 대선 때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장기간 반대 시위가 이어져 최소 23명이 숨졌다. 현지 기업 다수가 이 같은 사태의 재현에 대비해 문을 닫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아스푸라가 당선되면 ‘무너진 기득권의 연속성’이, 카스트로가 이기면 ‘급진적인 불확실성’이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스트로가 이기면 그의 남편인 셀라야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온두라스는 2009년 군부 쿠데타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 포린폴리시는 보도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약 9% 감소했고 실업률은 코로나19 대유행 등의 영향으로 2019년 5.7%에서 지난해 10.9%로 급증했다. 온두라스 인구 1000만명 가운데 59%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갱단 폭력, 마약 밀매에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만명이 이민을 가면서 온두라스는 ‘이민자 캐러밴’ 물결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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