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 역대 최저…물가 폭등에 주민 생활고 지속

윤기은 기자

터키 정부, 3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하 단행

에르도안 대통령, ‘외세 개입’ 음모론 주장

초유의 경제 불황에 곳곳서 정권 반대 시위

미국 달러 사진 위에 터키 리라화 이미지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달러 사진 위에 터키 리라화 이미지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며 통화가치 폭락 현상이 지속되온 터키에서 리라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도 겉잡을 수 없이 치솟아 터키 시민들의 생활고는 가중되고 있다. 경제 상황을 악화시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달러당 리라화 환율은 1일 오전 1시57분(GMT 기준) 13.52를 기록하는 등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유로당 리라화 환율도 15.3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터키 정부가 지난 9월(현지시간)부터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리라화는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투자, 생산, 수출, 고용을 촉진하겠다”며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터키중앙은행(TCMB)는 지난 9월 기준금리를 19%에서 18%로, 10월에는 16%로, 11월에는 15%로 내렸다. 결국 1일 달러 대비 리라의 가치는 지난 1월 대비 40% 이상 떨어졌다. 11월에만 28.3% 하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금리 인하 단행의 또다른 이유로 ‘외세 개입에 대한 저항’을 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글로벌 자본이 터키를 식민지화한다는 음모론을 펼치며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경제학자, 기회주의자, 글로벌 금융 곡예사들에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지난달 22일 내각회의 직후 연설에서 “터키는 경제 독립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금리인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물가 급등도 터키의 경제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터키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18.95%, 8월 19.25%, 9월 19.58%, 10월 19.9%를 기록했다.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 원료 가격도 오르고 있다. 국영 터키가스공사(BOTAS)는 지난달 산업용 천연가스 가격을 48% 가까이 올렸다. 휘발유 가격은 10월에만 4차례 인상됐다.

화폐 가치 하락에 물가 폭등까지 겹치자 터키 시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터키 빵생산자연맹은 불과 지난주 밀가루 50kg 평균 가격은 200리라(약 1만7380원)였으나 일주일 만에 380리라(약 3만3390원)로 올랐다고 밝혔다. 이스탄불 주민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월 임대료가 지난해 1500리라(약 13만원)에서 현재 2500리라(약 21만원)로 올랐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돌려막고 있다는 한 80세 노인은 “우리 돈은 더이상 값어치가 없다”고 말했다.

초유의 경제 불황으로 에르도안 정권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이스탄불, 카디쿄이 등 지역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는 에르도안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인민민주당(HDP) 등 야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고, 당초 2023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터키 여론조사기관 메트로폴에 따르면 지난 10월 대통령 지지율은 전월 대비 2.5%포인트 떨어진 39.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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