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회색이라면 파랗게 바꾸면 돼!"... 중국, 주요 행사 전 날씨 조작했다는 연구 나와

김혜리 기자

지난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

로켓 쏴서 ‘구름씨 심기 작업’

인위적 강우로 미세먼지 줄여

인접 지역 ‘날씨 교란’ 우려도

중국 정부가 지난 7월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날씨를 통제해 공기 오염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 목적으로 뿌연 하늘을 인위적으로 파랗게 만들어낸 것이다.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지난 7월1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 게티이미지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지난 7월1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 게티이미지

가디언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중국 기상 당국이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기 전에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해 대기오염을 줄이고 맑은 하늘을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 칭화대 연구원들이 지난달 26일 ‘환경과학’ 저널에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이는 ‘구름씨 심기 작업’을 통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름씨 심기 작업이란 요오드화은과 같은 작은 입자들을 구름에 더해 물방울이 뭉치게 하여 강수 확률을 높이는 날씨 변형 기술이다.

지난 7월1일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 전날 기상 당국은 두 시간에 걸쳐 로켓을 쏘아올리며 구름씨 심기 작전에 나섰다. 인근 산간 지역 주민들은 로켓들이 하늘로 발사되는 걸 목격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주민은 “(로켓 발사 소음은) 천둥소리처럼 시끄러웠고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그 뒤엔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다”고 말했다.

해당 작전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원들은 인공강우로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3분의 2 이상 감소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른 대기질 지수(AQI)도 ‘보통’에서 ‘좋음’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여름 베이징에선 대기오염물질이 증가하며 뿌연 하늘이 지속됐는데 이날만 비가 내린 것으로 미루어 보아 대기오염물질이 자연적으로 감소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최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부터 농업 지역을 보호하거나 중요한 행사를 위해 날씨를 바꾸는 기술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중국 당국은 2019년 날씨 조작 기술로 신장 농업 지역에서 우박으로 인한 피해를 70%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날씨 조작 기술은 이 외에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중국의 국경절 등에도 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 지역의 날씨를 조작하는 것이 다른 지역 날씨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인도 현지매체 이코노믹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과 국경을 맞댄 인도에선 “중국이 날씨를 무기화하면서 강우 패턴이 바뀔 수도 있다”며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중국 역시 날씨 조작 기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상청의 전 부국장 쉬 샤오펑은 지난 10월 ‘기상 과학 기술 발전’ 학술지에 투고한 논문에서 “날씨 변화는 과학에 국한되지 않고 한 나라의 관심사, 환경, 책임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 공학 프로젝트”라며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해 새로운 법, 규정 또는 국제 조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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