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 사태 원인 서방에 돌려…“러시아 안보 보장해야”

이윤정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마네주에서 5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과 대면한 연례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마네주에서 5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과 대면한 연례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미국·서방과 갈등을 겪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갈등 책임을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내외신 취재진 500여명과 대면한 연례 기자회견에서 “군사작전을 벌이는 쪽은 오히려 우크라이나”라면서 “서방이 러시아의 안보를 즉각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최근 미국에 제출한 안보 관련 요구사항과 관련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내년 초 협상이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전시관 모스크바 마네주에서 4시간 가량 진행된 연례 기자회견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던진 질문에 직접 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에서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협을 받고 있는 쪽은 도리어 러시아라고 주장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의 갈등이 간헐적으로 벌어지는 분쟁 지역이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갈등의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1992년 소련 해체 이후 확장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5차례나 어기고 러시아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또 “서방 국가들이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소련이 해체된 이후 러시아는 서방과 정상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모든 것을 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약 러시아 무기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나 멕시코에 있다고 생각해보라”면서 “(러시아를 위협하는) 무기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있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들의 국경에 접근했는가? 아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접근했다“면서 “서방은 러시아로부터 자신들의 안보를 보장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러시아에 안보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및 서방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우리가 선호하는 선택이 아니며, 우리가 바라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최근 미국에 제출한 안보 관련 요구사항과 관련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면서 내년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이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외무부 차원에서 미국 측에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제안을 발표했다. 요구사항에는 나토의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반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근 유럽 내 가스 가격 폭등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유럽의 가스 문제를 도울 준비가 돼 있지만, 가스 문제는 유럽이 자체적으로 일으킨 것이며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유럽의 가스 가격 급등과 전혀 관련 없다면서 “독일 등 가스프롬과 장기 계약을 맺은 국가들은 현재 훨씬 낮은 가격을 누리고 있고, 심지어 이웃 국가에 가스를 판매해 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독일로 가는 일부 러시아산 가스가 최종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재판매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 21일부터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향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가스 공급량의 1/3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천정부지로 가스 가격이 솟구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증강하는 등 압박을 높이는 한편, 미국·서방과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대화를 재개하겠다면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 등 서방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나선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과 첨단 기술 무기를 함께 개발한다”고 언급하고, “러시아는 중국과 상호 신뢰하고 있으며 세계 안정에 함께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은 중국 발전을 제한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처음으로 시작한 2001년부터 해마다 연말에 내외신 기자들을 대거 불러 모아 질의응답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총리 시절을 제외하고 올해로 17번째를 맞는 이 회견은 작년과 달리 글로벌 취재진 507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면으로 열렸다.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열린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60여개 질문에 4시간 30분을 할애해 답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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