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40년 만에 최대 상승…고물가에 빛바래는 바이든 1년 성과읽음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미국 인플레이션 추이.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 인플레이션 추이.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가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도 미국 물가가 상당 기간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취임 1주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경제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시켰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빛이 바래는 형국이다. 감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와 고물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주요 요인이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0% 상승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8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며, 3개월 연속 6%가 넘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다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0.5%로, 11월의 0.8%보다는 오름세가 둔화됐다.

큰 폭의 물가 상승은 주거비와 중고차, 식료품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는 전년 동월 대비 4.1%,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2007년 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중고차는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무려 37.3% 올랐고, 전월에 비해선 3.5% 올랐다. 중고차 가격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미국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코로나19로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차 공급이 둔화되자 수요가 중고차로 몰리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지난해 말 에너지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며 역시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혔던 에너지 가격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29.3% 급등했지만 전월에 비해선 0.4% 하락했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이른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5% 올랐고, 전월에 비해선 0.6% 올랐다. 이 역시 11월에 기록한 4.9%보다 높아진 것으로서 1991년 이후 최고치였다. 미국의 물가 상승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 자동차로 대표되는 일부 상품의 공급 부족, 그리고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임금 상승에 따라 넉넉해진 소득에 따른 수요 상승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 노동부가 집계한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3.9%였다.

관심사는 고물가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이다. 미국 언론들이 전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물가 상승률 곡선이 정점을 지났거나 조만간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할 것이라는 쪽으로 쏠렸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우리는 최악을 지났거나, 최악에 아주 가까이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40년 만에 처음 보는 물가 상승률을 1970~80년대에 미국이 겪은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견주는 경우가 있지만 지금 상황은 당시에 비해 훨씬 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취임 1주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제가 지난해부터 빠르게 회복하면서 실업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고, 주식시장도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득점을 안겨줄 수 있는 것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현상이라면서 지난달 물가 통계에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전월에 비해 낮아진 것은 정부의 물가 억제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 증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공급망 차질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했던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축적되고 있다. 특히 물가는 시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경제 현상이기 때문에 급속한 물가 상승의 충격도 배가된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들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갈아치웠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퀴니피액대학은 이날 미국 시민 1313명을 대상으로 지난 7∼10일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2.7%포인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이 33%에 그쳤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실시한 조사에서 나온 지지율 36%보다 낮아진 것으로서 이 대학이 실시한 조사에서 최저치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실업률이 낮고 임금이 상승하고, 주식시장이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정치적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가를 잡지 못하는 한 민주당이 의회에서 다수당 지위를 지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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