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처럼 또…먹는 치료제도 부유국 싹쓸이

박용하 기자

미국 등 생산 대부분 선점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초기 물량의 대부분을 미국 등 일부 부유한 나라들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보급 당시 나타난 ‘국가 간 불평등’ 문제가 치료제를 두고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는 올해 2분기까지 치료제 ‘팍스로비드’ 3000만명분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이 중 1000만명분은 오는 6월 미국에 공급될 예정이다.

앞서 미국은 100억달러(11조9000억원) 이상을 지불하고 팍스로비드 총 2000만명분을 구매했으며, 6월과 9월 각각 1000만명분씩 공급받을 예정이다. 현재까지 미국을 포함해 12개 국가가 사들인 팍스로비드의 분량은 2600만명분에 달한다.

미국 제약회사 머크앤드컴퍼니(MSD)가 개발한 ‘몰누피라비르’는 고소득 12개국과 중간소득 3개국 등 15개 국가에서 860만명분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MSD는 올해 말까지 몰누피라비르 3000만명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부유국들 사이의 구매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자와 MSD는 저소득국가 등에 비해 치료제를 구매할 여력이 충분한 유럽연합(EU) 등과 구매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백신에 비해 경구용 치료제를 공격적으로 구입하지 않았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미 의학 전문기관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폴 소장은 CNN과 인터뷰하면서 “정부의 주된 주문은 (치료제의) 실험이 끝난 뒤에야 이뤄졌다”며 “기존 백신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구용 치료제에 베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유국들의 사재기 경쟁에 개발도상국들의 근심은 커졌다. 페르난도 루이스 콜롬비아 보건장관은 “먹는 치료제의 공급량이 전 세계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며 “이번에도 백신 부족 사태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COVAX)가 공급한 백신 물량이 10억회분을 넘겼다고 이날 밝혔다.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 대표는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코백스가 전 세계 144개 국가·지역에 10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인도했다”면서 “코백스 공급 물량의 약 90%가 전액 기금으로 저·중소득 국가에 제공됐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당초 목표엔 턱없이 모자란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창설된 코백스는 2021년 말까지 20억회분의 백신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선진국이 물량을 선점하면서 구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코백스는 이런 여건을 감안해 지난해 9월 연말까지 개도국에 14억2500만회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수정 전망치를 내놓았으나 이 목표도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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