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측근에서 저격수로···존슨 영국 총리를 위기에 몰아넣은 도미닉 커밍스

정원식 기자
도미닉 커밍스 전 영국 총리실 수석보좌관. 위키피디아

도미닉 커밍스 전 영국 총리실 수석보좌관. 위키피디아

“영국 정치권은 그가 앞으로 또 무엇을 더 폭로할지 주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도미닉 커밍스 전 영국 총리 수석보좌관(51)의 최근 행보를 두고 이같이 표현했다. 영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봉쇄 조치를 시행 중이던 2020년 5월20일 총리실 직원들이 총리 관저 정원에서 술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은 지난 7일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이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사실을 공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존슨 총리는 이 문제로 인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은 이날 존슨 총리가 당시 파티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고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가 지난 12일 의회에서 파티 참석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적 모임이 아닌 일과 관련된 행사인 줄 알았다”고 해명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당시 총리에게 파티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면서 “총리가 술파티라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은 한때 존슨 총리의 최측근이었다. “존슨 총리의 영국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고 싶다면 커밍스의 블로그를 읽어보라”(2020년 폴리티코 유럽판)는 논평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는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탈퇴 진영 캠페인을 진두지휘하며 브렉시트 찬성파들에게 승리를 안겼다. 당시 런던시장에서 물러나 있던 존슨 총리는 “영국이 EU에 내는 분담금을 국민건강서비스(NHS)에 쓰자”는 구호가 적힌 빨간색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 아이디어를 낸 것도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이다. 이 과정은 <브렉시트: 치열한 전쟁>이라는 제목의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셜록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커밍스 역할을 맡았다.

이후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은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인준 실패로 2019년 5월 사임한 뒤 치러진 보수당 경선에서 존슨 총리가 승리하면서 총리실 수석보좌관으로 임명됐다.

그가 존슨 총리 ‘저격수’로 변신한 것은 2020년 11월 총리실을 떠나면서다. 당시 영국 언론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완료해 역할이 적어진 데다 지나친 강성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는 커밍스가 내부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것으로 해석했다.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은 지난해 5월 하원에서 열린 코로나19 청문회에 참석해 “존슨 총리가 과학적 조언을 무시했고 전염병 확산보다도 봉쇄조치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더 걱정했다”면서 존슨 총리를 비판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2020년 3월 봉쇄 조치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대응보다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전 개입 요청과 당시 약혼녀 캐리 시먼즈의 반려견 관련 기사 대응에 더 신경 썼다고도 폭로했다. 그러나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 자신도 2020년 5월 봉쇄령을 어기고 런던에서 400km 떨어진 고향으로 차를 몰고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커밍스의 전 동료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사람들이 커밍스에게 보리스 존슨에 대한 공격을 언제 멈출 거냐고 묻는데 그의 대답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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