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사이버 전선으로 확대 ... 우크라이나 ‘IT부대’ 창설, 전세계 해커에 도움 요청

박효재 기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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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과 이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우크라이나 영토뿐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사이버 침공에 맞서기 위해 정보기술(IT) 부대를 창설하겠다고 밝혔으며 전세계 해커들도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나섰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IT부대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내 주요 기반시설을 보호하고, 러시아군에 대한 사이버 첩보 임무를 수행할 해커들을 규합해왔다. 페도로프 부총리는 “우리는 사이버 전선에서 계속 싸우고 있다”면서 “첫번째 임무는 사이버 전문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텔레그램 채널에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채널에는 러시아 주요 정부기관을 비롯해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 2위 석유 생산업체 루크오일 등 31개 홈페이지가 나열됐다.

이날 페도로프 부총리의 발표 직후 러시아 주요 기관 홈페이지들이 잇따라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아 다운됐다. 디도스는 대량의 접속 시도(트래픽)을 통해 서버를 다운시키는 사이버 공격이다. 크렘린궁, 대통령실 홈페이지 접속이 한때 마비됐으며,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자사 국제뉴스 웹사이트와 체코어 및 폴란드어 웹사이트가 1시간 가량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도 웹사이트가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받았으며, 공격에 사용된 2만개 이상의 인터넷프로토콜(IP)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공격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 혹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해커들일 가능성이 높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자신들이 이번 공격의 배후임을 암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의 검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 웹사이트를 다운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서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나니머스는 지난 25일 “크렘린의 야만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이라며 러시아 국영 다국어방송 RT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RT는 디도스공격으로 24일부터 이틀간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세계 해커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후 러시아 대상 사이버 공격이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요청으로 지난 25일 열린 인터넷 포럼에서 전 세계 해커들이 디도스 공격, 러시아 군관료와 정부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악성 소프트웨어 유포 방법을 공유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500명 이상의 해커들이 러시아 대상 사이버 공격 동참 의사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직후부터 함께 활동한 강력한 ‘핵티비스트(투쟁 수단으로 해킹을 사용하는 사회운동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연대 움직임은 러시아가 지상군 투입은 물론 여론전과 심리전, 해킹까지 동원한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우크라이나를 흔드는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24일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과 은행 웹사이트 다수가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됐다. 침공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주요 은행들이 디도스 공격을 받았는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날 주요 인프라 기업들에게 보안 강화를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주요 기관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추가로 벌어질 경우 그 영향이 미국에까지 미칠까 우려한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사이버·인프라 보안국(CISA)은 파괴적인 악성 소프트웨어 공격이 민감한 자산 및 데이터 능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사이버 공격 후폭풍이 현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 차원의 가장 최신 경고라고 CNN은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사이버 공격이 미국 본토에 미치는 어떤 신빙성 있는 위협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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