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우크라이나 '탈나치화' 빌미 준 아조프 연대의 정체는?

김혜리 기자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소속 특수부대인 아조프 연대. 사진 속 대원의 왼팔에 있는 아조프 연대 상징 문양은 나치 상징 문양과 흡사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 우크라이나 트위터 갈무리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소속 특수부대인 아조프 연대. 사진 속 대원의 왼팔에 있는 아조프 연대 상징 문양은 나치 상징 문양과 흡사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 우크라이나 트위터 갈무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3주차에 접어든 지금, 러시아 측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 및 탈나치화’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우크라이나군 내 아조프 연대를 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 작전”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아조프 연대를 민간인 1000여명이 대피해 있던 마리우폴 극장 폭파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탈나치화’ 표적이 된 아조프 연대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조프 연대는 극단 민족주의 성향의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소속 특수부대다. 2014년 5월 돈바스 전쟁 당시 결성된 극우 성향의 민병대로부터 출발해 같은 해 11월 공식군에 편입됐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국 군대가 친러 분리주의자들과 맞서기엔 역부족이란 판단하에 내무부 장관을 통해 지원하는 등 이들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현재 부대원은 약 900여명으로 추산되며 모두 자원병이다.

아조프 연대의 초기 구성원들은 신나치주의와 깊게 연관돼 있다. 아조프 연대의 전신인 ‘패트리엇 오브 우크라이나’와 ‘사회국가회의(SNA)’는 신나치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내세우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들은 이민자와 본인들의 견해에 반대하는 이들을 폭행했으며, SNA는 우크라이나 내 소수집단에 대한 무장공격도 자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단체의 지도자이자 아조프 연대의 창립자인 안드리 빌레츠키는 지난 2010년 “우크라이나에겐 최후의 십자군 원정을 통해 유대인 등 열등한 인종들에 맞서 백인들을 이끌어야 할 목표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5년 당시 아조프 연대 대변인이었던 안드리 디아첸코는 아조프의 신병 중 10~20%가 나치주의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연대 전체가 나치 이념을 믿는 것이 아니라며 부인하기도 했지만, 부대원들의 제복이나 몸에는 하켄크로이츠나 ‘검은 태양’ 휘장 등 나치의 상징물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아조프 연대는 이번 전쟁에서 네 번째 러시아 장성을 사살하고 마리우폴을 보호하는 등 나름대로 활약 중이다. 수차례 인권 침해 및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들을 두고 국제사회의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 2016년 아조프 연대가 국제인도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5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부대원들이 민간 건물에 무기와 병력을 배치해두고, 주민들을 약탈한 후 내쫓았다는 내용이었다. 보고서는 아조프 연대원들이 돈바스 지역의 수감자들을 강간하고 고문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엔 아조프 연대가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거리를 순찰하면서 소수민족인 로마 공동체를 학살하고 LGBTQ 등 성소수자들을 공격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제사회는 아조프 연대와 관계 단절과 지속을 오가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 2015년 자국군이 해당 연대를 지원하거나 훈련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지만, 미국은 국방부의 압력을 못 이기고 그다음 해에 금지령을 해제했다. 페이스북도 지난 2016년 아조프 연대를 ‘위험조직’으로 지정하며 2019년엔 미국 백인우월주의 테러단체 KKK와 마찬가지로 이들에 대한 칭찬이나 지지까지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당분간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거나 우크라이나 정규군의 일부로서 아조프 연대를 지지하는 것에 제한적으로 예외를 두겠다”며 금지령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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