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평화협상 진전…바이든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파단하겠다”

이종섭 기자

터키 이스탄불서 러·우크라 5차 평화협상

우크라 “안보 보장된다면 중립국 지위 채택”

러 “조약 준비되는 대로 회담 가능할 것”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대표단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대표단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5차 평화협상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뤘다. 우크라이나는 안보 보장을 전재로 중립국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협상이 건설적으로 진행됐다”며 신뢰 강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동부 체르니히우에 대한 군사 활동을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과 동맹국은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4시간 가량 러시아와 5차 평화협상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갖고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보장 체제가 마련된다면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터키,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등을 안보 보장국으로 보고 있다”며 “중립국 지위를 채택할 경우 우크라이나 내 외국 군사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장을 맡은 집권당 대표 다비드 하라하미야는 이날 새 안보 보장 체제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조약 5조처럼 안보 보장국이 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체제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새 안보 보장 체제와 중립국화를 연계한 러시아와의 합의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며 “먼저 국민의 승인을 받은 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국 의회의 비준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것은 러시아 측에 넘어갔고 우리는 공식적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양국 대통령간 회담을 할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리아나의 중립국화는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안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가 중립국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러시아 측도 이날 회담이 건설적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러시아 대표단장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잘 정리된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이 제안을 조만간 검토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며, 상응하는 답이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의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지위와 비핵보유국 지위 추구를 확인하는 문서로 된 제안을 받았다”며 “이 제안에는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국 목록이 포함돼 있으며 크름반도(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탈환하려는 노력을 배제한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그러면서 “양국 대통령 회담은 양국간 조약이 준비되는 대로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는 외무장관간 조약 가조인과 동시에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활동을 축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평화협상이 끝난 후 알렉산드로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라며 “이는 즉각 실시된다”고 발표했다. 포민 차관은 군사 활동 축소가 “(회담 이후)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는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와 한 달 가까이 포위 공격을 하고 있는 마리우폴 등 남부 전선에서의 군사 활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최근 키이우와 북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자 동부와 남부 전선에 병력을 집중해 온 상황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돈바스 해방이라는 주요 목표 달성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특별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키이우와 북부 전선에서의 교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대신 동·남부에서 더 치열한 교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협상 결과와 러시아의 군사 활동 축소 입장에 대해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한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발표에 대해 “지켜볼 것”이라며 “그들이 행동에 나서는 것을 볼 때까지 어떤 것도 예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오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토 주요 회원국 정상과 통화한 사실을 소개하며 “그들의 제안을 지켜보자”며 “그때까지는 강력한 제재를 이어갈 것이고 우크라이나군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보리스 존슨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 등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며 “러시아 정권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과 통화하며 야만적인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고 지지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우크라이나를 뒤덮은 공포가 끝나기 전까지 결의를 느슨히 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5차 협상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까지는 평화협상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돈바스 지역 영유권이나 친러시아 공화국 독립 등 영토문제와 관련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램린 대변인은 30일 “우리는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아직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30일 10여명의 미국과 유럽 군사·지역 전문가 등의 인터뷰를 토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에 대한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유혈 교착상태 지속, 우크라이나 분할, 우크라이나의 결정적 승리, 평화 협정, 블랙 스완(예상치 못한 사건) 발생 가운데 하나 또는 2개 이상이 합쳐진 경로로 전개되거나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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