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지개 연정, 의원 추가 이탈로 ‘여소야대’…또 총선 치르나

박효재 기자
왼쪽부터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 가이다 리나위 조아비 의원, 연정 공동대표인 야이르 라피드 외교장관. AP연합뉴스

왼쪽부터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 가이다 리나위 조아비 의원, 연정 공동대표인 야이르 라피드 외교장관. AP연합뉴스

극우는 물론 극좌, 아랍 정당까지 규합하며 ‘무지개 연정’으로 불렸던 이스라엘 연정이 최근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지지 철회로 야당에 과반 의석을 내줬다.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2019년 이후 다섯 번째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좌파 정당 메레츠 소속 가이다 리나위 조아비 의원이 19일(현지시간) 연정 이탈을 선언했다고 하레츠 등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극우성향 정당 야미나 소속 이딧 실만 의원이 지지를 철회한 데 이어 이날 조아비 의원마저 이탈하면서 의회 전체 의석(120석)의 과반(61석)을 야권에 내주게 됐다.

조아비 의원은 “지난달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기간 알아크사 사원에서 일어난 일과 알자지라 방송의 팔레스타인계 기자인 시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장례식에서 봤던 끔찍한 사건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알아크사 사원에서는 팔레스타인 이슬람교도들과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해 42명이 부상했다. 아부 아클레 기자는 지난 11일 요르단강 서안 북부 도시 제닌에서 총격으로 사망했다.

두 사건 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 이스라엘 경찰은 라마단 기간 이슬람교도들이 알아크사 사원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유대인들의 사원 접근을 막았다며, 사원 내부로 진입해 이슬람교도들을 몰아냈다고 밝혔다. 특히 아부 아클레 사망 사건의 경우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벌인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색출 및 진압 작전 도중 총격이 원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데다가, 이스라엘 경찰이 그의 시신 운구 행렬을 폭력 진압하면서 아랍계 주민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지난해 3월 이스라엘 총선에서는 극우 성향 리쿠드당이 원내 1당 지위를 유지했으나 연정 구성 시한을 넘기면서 극우, 극좌, 중도, 아랍계까지 8개 군소 정당들이 ‘무지개 연정’을 꾸려 12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조아비 의원 이탈로 야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서 2019년 4월 이후 다섯 번째 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 야권은 총선 없이 새로운 연립 정부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이념 지향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견해도 달라 새로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더 높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미 야권 최대 정당인 리쿠드당은 오는 25일 의회 해산 법안을 발의할지 논의하고 있다.

새 총선 결과에 따라 무지개 연정이 몰아낸 리쿠드당 소속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다시 집권할 수도 있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현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너무 무르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극우 진영을 결집하려 한다. 그는 자신이 새 총리가 되면 현 정부에서 유대교 전통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연정을 탈퇴한 실만 의원을 보건부 장관에 임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리쿠드당 소속 의원 슐로모 카르히는 트위터에 조아비 의원의 연정 탈퇴를 언급하면서 “이 정부는 어떤 가치도 따르지 않으며, 권력을 쥘 수 있다면 우파든 좌파든 가리지 않고 모든 걸 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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