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 방어 군사 개입" 발언 파장···실언? 전략 변화?읽음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서 내놓은 중국의 대만 침공시 군사 개입을 할 것이란 발언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같은 취지의 말실수를 거듭하며 지도자 리스크를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의도적 치고 빠지기인지 논란도 분분하다. 미국의 대만 정책이 변했다는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23일(현지시간) 한국 등 47개국 국방당국자들이 화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회의를 진행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도쿄에서 한 발언의 파장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뺐다. 오스틴 장관은 관련 질문에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대만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수단을 제공한다는 대만관계법에 따른 우리의 약속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백악관이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직후 내놓은 해명과 같은 취지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기존에 해오던대로 대만이 자위력을 갖추도록 돕기 위한 무기 제공을 계속한다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대만관계법은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하는 대신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면서 제정한 법으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도쿄에서 쿼드 정상회의 관련 행사 도중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이 끝났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기자가 ‘중국이 침공하면 대만에 군대를 보낼 것인가’라고 묻자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어제 말할 때 이 점을 말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발언한 취지는 명백히 유사시 대만에 대한 군사 장비 지원 수준을 넘어서는 개입을 의미했다. 질문 자체가 “우크라이나 충돌에는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사시 대만 방어를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인가”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미군을 직접 보내지 않았는데 대만에 위협받으면 미군을 보낼 것인지를 물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그렇다”고 답했다. 대만이 위협 받으면 미군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취재진 재차 의미를 묻자 “그것이 우리가 한 약속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과 10월에도 방송 인터뷰와 대담에서 대만을 군사적으로 방어할 것이란 취지로 답한 바 있다. 그 당시에도 중국은 강력 반발했고, 백악관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미국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특히 이번 세번째 발언은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컸다. 표현 자체로만 보면 지난 50년 동안 똑부러지게 답하지 않았던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버리고 ‘전략적 선명성’을 채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수위도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당국자는 블룸버그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들이 미국의 대만 정책 변화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을 떠보기 위해 의도된 것일 수 있다면서 만약 그런 시도라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고위 당국자의 발 빠르고 적극적인 해명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대만 문제에 대한 근본적 정책 변화를 시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도 대체로 바이든 대통령이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원고 없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등 적대적인 국가들에 대해 참모들의 조언이나 전례를 무시하고 발언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폴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권좌에 있어선 안된다”고 비난했는데, 백악관은 즉각 “미국은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담당 국장은 미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중국의 우려가 이미 매우 높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도쿄에서 나오면서 중국을 극도로 긴장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취지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을지라도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지난 50년 동안 대만 방어를 위한 군사 개입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것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위험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전략적 목표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내 정치적 반대파들에게 79세로 고령인 그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공격 포인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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