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총·균·쇠' 재러드 다이아몬드 “팬데믹은 계속 올 것…한국 저출생은 기회”읽음

김경학 기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교수는 인류 문명사,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계기로 1987년 쌍둥이 아이들의 탄생을 꼽았다. 그는 “열대 우림의 종말, 지구 2도 온난화, 현대 생활 방식의 지속 불가능성 등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한 2050년은 내게 상상의 해였다. 나는 그때 살아 있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내 아이들에게 2050년은 인생의 전성기로, 인류의 미래 문제가 나에게 현실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 제공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교수는 인류 문명사,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계기로 1987년 쌍둥이 아이들의 탄생을 꼽았다. 그는 “열대 우림의 종말, 지구 2도 온난화, 현대 생활 방식의 지속 불가능성 등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한 2050년은 내게 상상의 해였다. 나는 그때 살아 있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내 아이들에게 2050년은 인생의 전성기로, 인류의 미래 문제가 나에게 현실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 제공



[경향포럼] '총·균·쇠' 재러드 다이아몬드 “팬데믹은 계속 올 것…한국 저출생은 기회”

6월 22일 만날 ‘총·균·쇠’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


지난 2년여간 전 세계 624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에 대해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교수는 “비교적 가벼운 질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백신·치료제 등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국제사회 대응이 빨라지더라도 팬데믹화하는 바이러스는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국의 저출생, 인구 급감에 대해서는 위기가 아닌 ‘행운’이고 ‘기회’라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는 천천히, 간접적
코로나, 빠르고 직접적이기에
‘첫번째 글로벌 위기’로 기억

다이아몬드 교수는 31일 기자와 나눈 e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과거 바이러스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질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천연두와 홍역 등 다른 역사적 전염병과 에이즈·에볼라 같은 현대의 신흥 질병과 비교할 때 코로나19는 비교적 가벼운 질병”이라고 말했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11일 팬데믹을 선언했다. WHO가 밝히는 감염병 최고 단계 경고인 ‘팬데믹’은 전염병이나 감염병이 범지구적으로 유행하는 세계적 대유행을 뜻한다. 홍콩독감(1968년), 신종인플루엔자(2009년) 등 코로나19 이전에도 팬데믹이 선언된 적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처럼 전 지구적으로 급속히 광범위하게 퍼진 팬데믹은 없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 역사상 ‘첫번째 글로벌 위기’로 기억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물론 코로나19 이전 기후변화와 같은 다른 글로벌 위기도 있었다”며 “그러나 기후변화가 천천히 간접적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 반해 코로나19는 사람들을 빠르고 직접적으로 죽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보다 앞선 첫번째 글로벌 위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화된 운송수단이 있는 한
계속, 더 많은 전염병 겪을 것
천연두·에이즈에 비하면
코로나는 가벼운 질병 해당

■ “또 다른 팬데믹 계속될 것”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또 다른 팬데믹은 계속 선언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과학기술 발달로) 더 이상 팬데믹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미생물은 우리가 협력하는 것, 새로운 미생물을 퇴치하기 위한 특정 기술을 개발하는 것, 또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산되고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야생동물시장, 전통 의약품 무역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야생동물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더 많은 전염병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의 특징은 비행기 등 세계화된 운송 수단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진 최초의 질병이라는 점”이라며 “세계화된 운송 수단을 계속 보유하는 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팬데믹보다 더 무서운 위협으로 핵전쟁, 기후변화, 필수 자원의 고갈, 불평등을 꼽았다. “가장 큰 위협은 우리 모두를 죽이거나 파괴할 수 있는 핵전쟁이고, 두번째는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인 기후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산림·어업·담수·표토와 같은 필수 자원의 고갈도 인류의 위협요인이며 이미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불평등’을 지목하면서 “국가 간은 물론 국가 내의 불평등은 공중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빈곤 국가의 질병 확산, 국제 테러 지원, 막을 수 없는 이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인류에게 도래할 가장 큰 위협으로 핵전쟁을 꼽은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핵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미래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푸틴이 어떤 행동을 할지 자신있게 장담할 수 없다”며 “푸틴의 행동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 건 주제넘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혼란스러운 국제질서로 기후변화 대응은 더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갈등을 겪고 있고, 미국과 중국이 긴장관계에 있어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불리하다”며 “그러나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3국을 포함한 다른 모든 나라가 망할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공동 이익이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 모두 기후변화 대응은 ‘공동의 이익’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b>상하이와 서울 그리고 코로나</b> 지난 25일 코로나19로 봉쇄조치가 취해진 중국 상하이시의 쇼핑가에 방역요원이 홀로 서 있다(왼쪽 사진).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 젊음의거리에 있는 한 포장마차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상하이 | 로이터연합뉴스·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상하이와 서울 그리고 코로나 지난 25일 코로나19로 봉쇄조치가 취해진 중국 상하이시의 쇼핑가에 방역요원이 홀로 서 있다(왼쪽 사진).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 젊음의거리에 있는 한 포장마차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상하이 | 로이터연합뉴스·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인구 증가야말로 위협 중 하나
숫자 아닌 자질에 미래 달려
한국도 정치적으로 양극화
정부는 시민과 협력해야

■ “한국의 낮은 출생률은 행운”

다이아몬드 교수에게는 별칭이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석학’이다. 미국·중국 다음으로 그의 저서가 가장 많이 판매된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출판 행사는 물론 강연을 위해 꾸준히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그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과 장단점을 물었다.

그는 “아주 멋진 나라”라고 한마디로 답했다. 이어 “한국에는 근면성실한 시민, 교육에 대한 높은 열정, 빠른 경제발전, 그리고 한글이 있다.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 체계로 한글에 버금가는 문자 체계를 찾을 수도 없다”고 평가했다. 단점으로는 북한을 꼽았다. 그는 “미친 이웃 나라가 있다는 불행이 유일한 큰 단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이다. 지난해 합계출생률(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전년 대비 0.03명 감소한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생률이 1명을 밑돌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한국의 출생률을 언급하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며 “출생률이 이대로면 한국은 3세대 안에 현재의 6% 이하 수준으로 인구가 급감하고 인구 대다수는 60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교수의 견해는 정반대였다. 그는 한국의 낮은 출생률은 “위기가 아닌 ‘행운’이자 ‘기회’ ”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 증가는 세계를 위협하고 개별 국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며 “지구에는 이미 사람이 너무 많다. 한국이 인구 증가율을 멈추거나 줄이는 데 성공하면 한국은 동일한 자원을 더 적은 사람들에게 분배할 수 있기 때문에 개개인은 더 부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보다 인구가 훨씬 적기 때문에 박탈감을 느낄 게 아니라 운이 좋은 사람으로 여겨야 한다”며 “한국의 미래는 한국인의 ‘수’가 아닌 ‘자질’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빈부격차 같은 경제적 양극화뿐 아니라 극우·극좌로 양분되는 정치적 양극화도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그는 새로 출범한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조언을 전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국과 한국 모두 정치적으로 양극화돼 있다”며 “미국 정부에 했던 조언처럼 한국 정부에도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정부를 독점, 집권만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문제처럼 한국의 대부분의 문제도 시민과 정치인이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학부 시절 자신의 전공인 생리학뿐 아니라 지리학·역사·언어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다. 대중에게 친숙한 언어로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대변동> 등 인류 문명사를 다룬 책들을 썼다. 이들 저서는 3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1937년생인 다이아몬드 교수는 80대 중반인데도 여전히 왕성한 강의·연구·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오는 6월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22 경향포럼>에선 기조강연자로 나선다. ‘코로나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인류사적 관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평가하고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큰 위협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강연 뒤에는 국제정치 전문가 김지윤 박사의 진행으로 퍼리드 저카리아 박사와 좌담도 펼친다.

<대변동> 이후 차기작은 리더십과 관련된 책일 것이라 밝힌 바 있는 그는 “(향후) 어떤 책을 쓸지는 비밀”이라며 “어떤 책인지는 몇 년 뒤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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