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백악관에 가다…"아시아계 증오범죄 근절"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기 전 브리핑룸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hermes@kyunghyang.com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기 전 브리핑룸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hermes@kyunghyang.com

세계적인 K팝 스타 방탄소년단(BTS)이 3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면담했다. BTS는 백악관 브리핑룸을 방문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근절을 촉구했다. 백악관 브리핑룸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백악관 바깥에도 BTS의 팬들이 찾아와 응원했다.

BTS는 미국의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 마지막 날인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다. BTS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면담 전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과 함께 정례 브리핑이 열리는 제임스 브래디 브리핑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피에르 대변인을 따라 BTS 멤버들이 등장하자 엄숙한 분위기였던 브리핑룸에는 활기가 돌았다. 고정 좌석이 49석인 이 브리핑룸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몰려 통로까지 가득 메웠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오늘은 AANHPI 유산의 달 마지막 날로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국제적인 아이콘인 BTS를 특별 손님으로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잠시 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및 차별뿐 아니라 아시아계 포용과 대표, 다양성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기 전 브리핑룸에서 소감을 말하기 위해 등장하자 취재진들이 일제히 핸드폰 및 카메라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hermes@kyunghyang.com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기 전 브리핑룸에서 소감을 말하기 위해 등장하자 취재진들이 일제히 핸드폰 및 카메라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hermes@kyunghyang.com

맨 먼저 마이크를 잡은 리더 RM은 영어로 “백악관에 초대돼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아시아계 포용과 다양성 등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서 대단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RM을 필두로 BTS 멤버들이 발언을 시작하자 좌석에 앉은 기자들은 물론 통로에 서서 브리핑을 듣던 기자들도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느라 부산했다.

다른 멤버들은 한국어로 소감을 밝혔다. 진은 “저희는 AANHPI 커뮤니티와 뜻을 함께하고 기념하기 위해 오늘 백악관에 왔다”고 말했다. 지민은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많은 증오범죄에 굉장히 놀랍고 마음이 안 좋았다”면서 “이런 일이 근절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이홉은 “오늘 저희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저희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다양한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팬, 아미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국은 “한국인의 음악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어서 전 세계에 많은 분들께 닿을 수 있다는 게 아직까지도 좀 신기한 것 같다”면서 “그리고 이 모든 걸 연결시켜주는 음악이란 건 참으로 훌륭한 매개체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슈가는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라면서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뷔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오늘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있는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 팬들이 31일(현지시간) BTS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기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찾았을 때 백악관 담장에 몰려들어 응원하고 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방탄소년단(BTS) 팬들이 31일(현지시간) BTS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기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찾았을 때 백악관 담장에 몰려들어 응원하고 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RM은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이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우리가 아티스트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할 기회를 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통역자는 BTS 멤버들의 발언이 끝난 후 영어로 한 말은 한국어로, 한국어로 한 말은 영어로 옮겨 취재진에게 전달했다.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검은색 넥타이를 맨 BTS 멤버들은 취재진의 질문은 받지 않고 퇴장했다. BTS의 등장을 앞두고 백악관 정례 브리핑을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널도 BTS 팬들이 몰리는 바람에 한때 동시 접속자가 30만명을 넘었다.

백악관을 상시 출입하는 기자들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이 정례 브리핑에 몰리자 놀라는 모습이었다. 한 영상기자는 “백악관 브리핑룸이 이렇게 붐비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BTS가 퇴장한 뒤 등장한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취재진이 몰려 있는 브리핑룸을 보면서 멋적은 듯 웃으면서 “오늘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내 브리핑 오프닝을 BTS가 해줬다고 얘기해야겠다”고 농담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에 BTS와 만난 동영상과 메시지를 올렸다. 트위터에 올라온 59초 분량의 동영상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앞 야외에까지 나와 BTS를 맞았다.

BTS가 “뵙게 돼 영광”이라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온 걸 환영한다.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며 이들을 반겼다. 이어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BTS 멤버들과 마주 앉은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달은 미국에 중요한 달”이라면서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 친구들이 진짜 차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착한 사람들이 혐오에 대해 말할 때 혐오는 숨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나쁜지 말할 때 혐오는 쓰러진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에 RM이 “대통령께서 ‘코로나19 혐오범죄법’에 서명해 법으로 만든 것과 같은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사람들이 여러분이 하는 말에 많은 관심을 둔다”면서 “여러분들의 훌륭한 재능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소통하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오벌오피스에서 BTS 멤버들과 나란히 서서 함께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BTS를 만나서 반가웠다. 여러분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범죄 증가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한 일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함께 남겼다.

이날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 방면에는 낮부터 BTS의 팬들이 모여 BTS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기다렸다. 약 200명이 넘는 팬들이 백악관 철제 울타리에 기대 BTS를 외쳤다. BTS 상징색인 보라색 마스크와 두건 등을 착용한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BTS 아미인 하자르 베르지지는 “BTS는 매일 음악을 통해 인종 차별주의를 다루고 적극적인 메시지 전달을 돕는다”면서 “BTS는 음악을 통해 사랑과 통합을 전파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누 비스워스는 “음악을 통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BTS는 우리 모두에게 더 많은 사랑을 가져다준다”고 하트 모양을 지어 보였다.

BTS는 백악관에 일찍 도착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전 백악관을 둘러보며 관련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위해 지난 29일 미국에 도착한 BTS는 1일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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