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재러드 다이아몬드 “코로나, 불평등·기후위기 등 난제에 세계 공조 단초 될 수도”

김유진 기자

강연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화상으로 참석해 ‘코로나 세상’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화상으로 참석해 ‘코로나 세상’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세계화로 코로나 급속 확산
한 나라만으론 해결 못해
경제·생명에 위협 느끼지만
세계인들, 역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대응 필요성 깨달아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기후위기, 자원 고갈, 불평등 문제 등 글로벌 난제에서 세계적 차원의 대응을 하도록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지리학과 교수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전환의 시대 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2022 경향포럼>의 화상 기조강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인들은 세계적 차원의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전 지구적 위협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기후변화와 불평등 등 인류와 지구의 미래가 걸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에서 코로나19 이전 전염병의 역사와 유래, 코로나19 확산의 특징과 과제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세계가 글로벌 문제에 공동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선 코로나19 이전에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제국의 결핵, 중세시대의 흑사병, 19세기 콜레라, 1차 세계대전 이후 ‘스페인 독감’ 등 여러 전염병이 존재했고 언어 발전과 인구의 감소 및 이동, 경제구조 변화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지를 휩쓸고 간 전염병을 언급한 그는 “코로나19는 질병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것이 없다. 사망률도 약 2%로 천연두나 에볼라보다도 낮다. 전 세계 인구를 급격히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가 세계화의 결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세계화, 그중에서도 항공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됐다는 것이다. 그는 “한 나라가 전염병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모든 나라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지기 전에는 어떤 나라도 코로나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가 심각한 글로벌 현안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으리라는 ‘낙관론’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역설적으로 코로나19의 비극은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들을 우리가 마침내 해결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하면 모두가 놀랄 것이다. 코로나19가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수년 후, 모두가 백신 접종을 받은 세상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거론한 것은 기후위기, 자원 부족, 불평등 등이다. 그는 온실가스와 메탄 배출 증가로 세계 기온이 상승하면서 극심한 이상기후, 식량 생산 감소, 해안 침수, 해양 생태계 파괴, 쓰나미 등 자연재해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산림·수산물 등 천연자원 감소 현상에 대해선 “마야문명, 아이티 등의 역사적 사례는 자원이 감소하면 사회가 붕괴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불평등을 두고는 “미국과 일본의 1인당 자원소비율이 아프리카 대비 32배에 달할 정도이며, 빈국의 보건체계가 미비해 부국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처럼 이들 문제에서도 글로벌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사망 속도가 빠르지만 (기후위기 등의) 문제들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신속한 글로벌 공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숭이두창 등 앞으로도 더 많은 질병이 대두할 것”이라며 “우리가 글로벌 공조를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한다면 새 질병에는 물론 세계적 난제에 대한 대응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학과 생물학, 의학을 넘나들며 왕성한 연구를 지속해온 다이아몬드 교수는 <문명의 붕괴> <섹스의 진화> <제3의 침팬지> <어제까지의 세계> <대변동> 등을 저작했다. 미국의 국립과학훈장을 비롯해 비소설 분야의 퓰리처상, 환경과학 분야의 타일러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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