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재러드 다이아몬드 “기후변화는 개도국 일깨울 스승”, 퍼리드 저카리아 “그때까지 기다릴 시간 없다”

류인하 기자

대담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왼쪽 화면)와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퍼리드 저카리아(오른쪽)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에서 국제정치 전문가 김지윤 박사(아래)의 진행으로 영상 좌담회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왼쪽 화면)와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퍼리드 저카리아(오른쪽)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에서 국제정치 전문가 김지윤 박사(아래)의 진행으로 영상 좌담회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기후변화 대응 국가 격차에
두 전문가 상반된 해석 눈길

우크라·러시아 전쟁 전망엔
다이아몬드 “러 행동 변수”
저카리아 “2년은 더 갈 것”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국가 간의 결속을 강화했을까, 아니면 오히려 국수주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을까.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지리학 교수와 퍼리드 저카리아 국제정치 전문가 겸 CNN <퍼리드 저카리아 GPS> 진행자는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전환의 시대 - 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 주제로 열린 <2022년 경향포럼>에서 상반된 답을 내놓았다.

다이아몬드는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과 국제공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 선생님(teacher)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저카리아는 “코로나19는 전 세계 국가가 얼마나 더 국수주의·보호주의로 치닫고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가 됐다”고 지적했다.

두 세계적인 석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후변화 위기의 해법 등에서도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대담은 현장에서 화상으로 진행됐다. 국제정치 전문가 김지윤 박사(전 MBC <100분 토론> 진행자)가 사회를 맡았다.

김지윤 = 코로나19를 통해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다이아몬드 = 우리는 코로나19로부터 어떠한 국가도 모든 국가의 안정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항구적으로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전 세계에 창궐했던 천연두의 마지막 사례는 소말리아에서 발견됐다. 천연두의 소멸은 소말리아 정부의 노력이 아닌. 미국과 유럽이 국제보건 시스템을 통해 공조한 덕분이었다. 코로나19 역시 마지막 사례를 제거하는 순간까지 지금과 같은 국제적 공조를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숨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는 모든 국가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한 효과적인 선생님이 됐다.

저카리아 = 내 생각은 다르다. 전 세계가 위기에 직면했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세계 정부가 하나로 똘똘 뭉쳤다. 세계 대공황을 막기 위해 협력했고, 모든 국가가 함께 힘을 합쳐 경기를 다시 회복시켰다. 그것이 아마도 우리가 목도한 마지막 국가 협력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힘을 합칠까’를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코로나19 원천지인 중국과의 협력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에 고루 제공됐나. 아니다. 냉전이 정점을 찍던 시절에도 미국과 러시아는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는 데 힘을 합쳤다. 앞으로 전 세계 국가가 함께 협력하는 경우는 우주행성에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때일 것이다.

김지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전 세계적 문제다. 전쟁이 100일 이상 지속되고 있는데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나.

다이아몬드 = 결국 러시아의 행동에 달렸다. 러시아가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 다른 국가를 침략할 것인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가, 유럽연합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따라 전개되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저카리아 = 전쟁은 결국 타협안을 찾아야 종식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절대적 승리를 거둘 수 없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를 자국 영토에서 완전히 쫓아낼 수 없다. 모종의 교착상태가 길어지다 협상의 기회가 생길 것이다. 나는 적어도 이 상태가 2년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본다.

김지윤 = 다이아몬드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문명의 종식을 이야기해왔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응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청정자원에 투자할 재원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설득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 그 자체가 개발도상국을 설득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조차 현재 기후변화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선생님(본보기)이 될 수는 없다. 미국 정부조차 파리협약에서 탈퇴하지 않았나.

저카리아 = 가장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탄소세(carbon tax)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면 세계 각국은 아주 혁신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안 낼 방법을 찾을 것이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줄이도록 약속할게’라고 하지만, 많은 국가가 말만 할 뿐 실질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당장 2년 안에, 5년 안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말처럼 기후변화가 ‘훌륭한 스승’이 되면 그때는 너무 늦어버린다. 대가가 너무 커진다.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도 기후변화를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김지윤 = 많은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양극화하고,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이아몬드 = 나는 중국의 미국 침공을 걱정하지 않고, 군사적 위협 역시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민주주의 붕괴는 우려한다. 이미 곳곳에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각 주별로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대립이 심해지고 있고 민주주의가 침해받고 있다. 5년 내에 미국 절반의 민주주의가 훼손될 것이다.

저카리아 = 낙태 문제, 게이, 젠더 갈등 등 모든 문제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데 충돌하는 두 그룹의 의견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완전히 다른 종족 같다. 절대 한쪽이 다른 쪽을 위해 표를 던지지 않고, 양쪽 모두 자신이 고수하는 것만이 가치롭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전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고, 당파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타협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하는데 완전히 다른 진영이 서로 타협하지 않고 적대감을 갖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 역시 답을 구하고 싶다. 민주주의는 양쪽 모두 서로를 이해하려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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