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캐나다 기숙학교 학대 사망’ 사죄 여정 시작읽음

박용하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 인근 에드먼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열린 환영식에서 원주민 측 관계자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 인근 에드먼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열린 환영식에서 원주민 측 관계자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캐나다를 방문해 카톨릭이 연루된 기숙학교 학대 사망 문제와 관련된 사죄의 여정을 시작했다.

토론토스타 등 캐나다 현지 매체들은 이날 교황이 앨버타주 에드먼턴 국제공항에 도착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원주민 지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오는 30일까지 일주일간 캐나다 앨버타주 애드먼튼, 퀘벡주 퀘벡, 누나부트준주 이칼루이트 등 3개 도시를 순방하며 원주민 측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일정은 가톨릭이 연루된 캐나다 기숙학교 학대 문제와 관련해 원주민에 용서를 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황은 로마에서 캐나다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방문을 “화해의 여정”이라고 소개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5월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1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이들 기숙학교는 18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원주민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고자 운영된 곳으로 가톨릭과 개신교회들이 대다수를 위탁받아 운영했다. 하지만 기숙학교 운영 이면에는 백인들의 토지 강탈에 대한 원주민들의 저항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었으며, 강제 입학한 원주민 아이들은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각종 학대와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4000명이 넘는 원주민 아동들이 기숙학교에서 학대받아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기숙학교 문제는 1922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가톨릭과 개신교는 수년간 이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새로운 유해들이 발견되자 재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교황은 지난 4월 바티칸에서 원주민 대표단을 접견해 다시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이들은 교황이 직접 캐나다를 방문해주길 요청했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도 교황이 직접 피해 지역을 방문해 역사적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황은 이번 방문에서 과거의 만행을 참회하고 원주민 사회에 대한 존중과 공존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피해자들은 궁극적인 화해를 위해서는 가톨릭의 관련 정보 공개,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 원주민 유물 반환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주민들은 범죄인 인도를 위한 협력도 교황청에 요구하고 있다.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조앤 리부아르 사제의 경우, 1998년 캐나다 정부가 체포 영장을 발부했는데도 집행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숙학교 피해 생존자는 토론토스타에 교황과의 만남을 “일생의 경험”이라 표현하면서도 복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교황의 방문은) 수년 전에 일어났어야 할 일”이라며 “이번 방문은 좀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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