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대로 NPT 평가회의 결과문도 못내고 끝나

박효재 기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핵무기 억제를 위한 국제조약인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제10차 평가회의가 러시아의 반대로 결과문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끝났다.

AP통신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1일부터 4주간 진행된 평가회의 마지막 날인 26일(현지시간) 결과문 초안을 두고 회원국들 간 긴 회의가 계속됐으나 끝내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구스타보 슬라우비넨 NPT 평가회의 의장도 이번 회의를 마치면서 핵심 내용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NPT 평가회의는 만장일치제를 택하고 있어서 결과문이 채택되려면 NPT 191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 외무부 비확산 및 군비통제국의 이고리 비시네베츠키 부국장은 “안타깝게도 이 문서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반대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한 조항 때문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EFE 통신은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결정문 초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 회람된 초안은 36쪽 분량이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점령한 러시아를 비판하고 자포리자 원전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타스통신은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논의 뒤 러시아가 결과문 합의에 반대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주장한 수정안은 자포리자 원전과 관련해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원전을 둘러싼 군사 행동의 문제만 지적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개의 원자로를 갖춘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규모로 러시아 침공 이전까지 우크라이나 전력의 20%를 공급했다. 지난 3월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고 이후 원전 주변에서 포격전이 연일 계속되면서 방사능이 누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애덤 셰인먼 미국 비확산 특별대표는 러시아의 반대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추구했던 막판 수정 사항들은 가벼운 것들이 아니었다”며 “그것들은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없애려는 러시아의 분명한 의도를 가리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폐막 다음 날인 27일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실질적인 결과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데 실망스럽다”며 “우리의 집단적 안보를 위협하는 긴급한 과제에 대처할 수 없어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NPT 평가회의 후 결과문이 채택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직전에 열린 2015년 회의 때도 중동에 대량파괴무기(WMD)가 없는 지대를 만든다는 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과문 채택이 불발됐다.

NPT는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 조약이다. 이 결의를 다지고 이행을 점검하며 새로운 문제를 논의하는 평가회의는 5년마다 열린다. 이번 회의는 애초 2020년 예정됐으나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연기돼 7년 만에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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