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 ‘히잡 의문사’ 시위 이용해 국력 약화 시도”

박효재 기자
이란 친정부 시위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최근 반정부 시위 참여자들을 폭도들이라고 규탄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테헤란|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친정부 시위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최근 반정부 시위 참여자들을 폭도들이라고 규탄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테헤란|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돼 의문사한 뒤 일어난 시위를 미국 정부가 이용하려 한다고 이란 정부가 주장했다. 독일 정부는 유럽국 차원에서 대이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이란 대 서방의 대립 구도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이란 관영 누르뉴스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란의 안정과 안보를 약화시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이란의 국가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광장과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폭도들을 지원하며 비극적인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언은 앞서 서방 국가들에서 이란 정부에 대한 비판과 제재가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은 아마니를 체포한 도덕경찰 간부를 비롯해 이란 고위관리들을 제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이란 정부는 여성에 대한 조직적인 박해를 끝내고 평화적인 시위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아미니 사망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EU와 회원국들에 비폭력 시위자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불균형한 무력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용납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독일 외교부는 아미니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란 대사를 초치해 규탄했다. 대이란 제재 추가 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EU 회원국들과 함께 모든 대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이날 영국과 노르웨이 대사를 초치해 시위에 대한 개입과 적대적인 언론 보도에 대해 항의하며 맞섰다.

이란 반정부 시위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의 대표 교원노조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27일과 29일 전국적인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시위를 군경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날까지 최소 41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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