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에서 밀리자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 축소…면전에서 비판받는 수모도읽음

정원식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모스크바에서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모스크바에서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구 소련의 일원이었던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캅카스 3개국(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은 냉전 종식 이후에도 러시아의 막강한 군사적·경제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러시아는 이 지역을 자국의 ‘뒷마당’으로 여겼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면서 중앙아시아·캅카스 국가들과 러시아 사이의 역학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카자흐스탄부터 타지키스탄에 이르는 중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은근히 모욕당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추세는 국제 사회의 대러 제재, 화석연료 사용 기피,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자흐스탄이 대표적이다. 카자흐스탄은 최근 중국, 튀르키예, 유럽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이탈한 수백개 서방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징집 명령을 피해 탈출한 러시아인 수만명의 중간 기착지 역할도 하고 있다.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경제, 에너지, 교육 부문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파리를 방문한 것은 7년 만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이튿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프랑스의 주요 경제 파트너이고 프랑스는 카자흐스탄 경제의 주요 투자자”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파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났다. 같은날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자국 수도에서 열린 옛 소련권 군사·안보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에서 지난 9월 CSTO 회원국인 아르메니아와 비회원국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무력 충돌이 벌어졌을 때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CSTO를 주도하는 국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회의장에 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나 마찬가지다. 파시냔 총리는 공동선언문에 대한 서명을 거부했고, 단체 사진 촬영 때도 푸틴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 포착됐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지난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도 존중 받고 싶다”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과거 소련처럼 대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WP는 푸틴 대통령의 약화된 영향력은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정상들과의 약속 장소에 늦게 나타나기로 악명 높은 푸틴 대통령이 정시에 도착해 인도, 터키, 아제르바이잔, 키르기스스탄 정상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서방 국가들이 이 지역 국가들에 구애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샤를 미셸 유럽의회 의장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유럽은 러시아산 탄화수소의 대체 공급원으로서 카자흐스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보렐 대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중앙아시아 국가 외교장관들을 만나 “우리는 역사나 지리와 무관하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을 거부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면서 “우리의 친구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도날드 루 미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달 초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을 방문해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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